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20-11-27 11:5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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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 번외편 - 조선의 근대사, 주미대한공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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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기~20세기는 특히 한국에게 암울한 시대였습니다. 정말 혼돈과 파괴, 두려움과 고통, 어둠의 시대였다고 생각합니다. 1910년 일제강제합병 이전까지 한반도에서는 강대국들의 수탈과 전쟁이 벌어졌으며, 1945까지 탈탈 털린 한국은 직후 이념으로 완전히 갈라져 6.25때는 사상 최악의 내전을 겪었습니다.




 6.25로 인해 그나마 일제가 놓고간 생산기반시설과 주거지들은 모두 산산조각 났으며 정말 속된 말로 '아무것도 없는 최악의 빈민국'으로 추락했습니다. 미국과 un의 원조가 아니었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었을 것입니다. 이후에도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의 국지적 도발로 아직까지 한국은 여러 강대국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결국 2020년 한국은 GDP 세계 10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며,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성장하는 국가로, 민주주의 정신을 지키면서도 방역과 경제를 조화시킨 모범국으로 거듭났으며 G7에 추가될 가능성까지 있습니다. 대만, 중국(?)과 더불어 코로나 방역에 가장 성공한 나라로 국제적 인지도가 올라갔습니다.




 정말 고통과 암울한 역사 속에서 끝끝내 버텨 지금의 한국을 이룬 모든 한국인들과 그 조상들은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일제가 남겨둔 인프라 덕에 한국이 성장했다느니, 식민지 지배를 통해 우매하고 미개한 한국을 발전시켰다는 개소리가 암암리에 퍼져있더군요. 간단히 반박하자면 그때 일제가 세웠던 시설은 6.25때 미군이 공습으로 싸그리 가루로 만들었습니다. 반대로 일본은 전범국임에도 불구하고 6.25 전쟁 특수에 힘없어 지금은 세계 3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죠.




 그래서 저는 이번 편에서 조선 말기 치열했던 외교전과, 우리 조상들이 과연 우매하고 미개했는지 여러분이 잘 모르는 역사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시리즈에서 말했듯이 외교전은 그야말로 조용한 전쟁이자, 실제 전쟁 직전까지 군대가 유리한 지점을 점거할 수 있는 전초전입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0511149020392

http://hwiki.eumstory.co.kr/index.php/6.25_%EC%A0%84%EC%9F%81_%EC%9D%B4%ED%9B%84_%EC%9D%B8%EB%AA%85,%EA%B2%BD%EC%A0%9C%EC%A0%81_%ED%94%BC%ED%95%B4

(우리 나라는 끔찍했던 20세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국 고등학생들은 보통 조선 후기 세도정권으로 인한 부패와 국력 약화, 일제의 빠른 근대화 성공, 아편전쟁 등을 통한 중국 중심 질서의 붕괴, 흥선대원군의 집권으로 외국과 통상을 거부하는 보수적인 척화 정책, 이후 을사늑약과 수탈 정도의 내용만 배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흥선대원군의 권력이 사라지고 고종이 집권하면서 당시 조선은 이러한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었습니다. 이떄의 역사를 조금 배우면서 우리 민족이 결코 무지몽매하고 미개하지 않았고, 당시 조선 조정은 약한 국력이라는 한계 속에서 고군분투했던 모습을 보며 역시 한국은 자주국의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고 확신합니다.




 혹시 여러분은 최초의 주미대한공사를 아십니까? 바로 이번 편의 주인공 '박정양' 선생의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http://photo.heraldcorp.com/ptview.php?ud=20160708192010AUI5866_20160708194051_01.jpg

(맨 앞줄 왼쪽에서 3번째 인물이 박정양 선생이며, 흥미롭게도 바로 왼쪽에 있는 사람은 여러분 누구나 다 아시는 이완용입니다)







 1887년 고종은 초대 주미대한공사로 박정양 선생을 임명하였고, 미국과의 교섭을 시도합니다. 1881년 고종은 당시 국력이 강하면서 동시에 동아시아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미국과의 수교를 통해 동아시아 정세의 균형을 추구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이 자신의 속국이라 여겼던 청나라는 이를 가로막고 조선은 청나라를 통해서만 미국과 수교할 수 있으며, 조선이 청나라의 속국임을 명문화(그야말로 문서에 적어서 빼도박도 못하게 만들어버리겠다는)하겠다고 압력을 넣었으나 조선은 이를 간단히 씹고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합니다.




 1881년에는 마찬가지로 미국 땅에 주미대한공사 건물을 매입하였는데 이는 상당히 흥미로운 사건입니다. 당시 국가 예산도 더 많고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더 컸던 청나라와 일본 제국도 주미공사관 건물을 매입하는 형식으로 빌려 썼지 직접 구매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조선은 빈약한 국고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미국에 아예 조선 깃발을 꽂아버립니다.




 당시 미국에 파견된 일행들은 다양한 역할을 분담했었는데, 우선 미국의 대통령과 만나 친선을 도모하고, 미국 유력 정치인들과 연회를 하여 지속적으로 조선이 독립적인 국가임을 알리고, 지속적인 언론 노출을 통해 조선의 인지도를 높였고, 미국의 기술과 국력을 본떠 조선을 근대화하려 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때 이완용은 미국을 둘러보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동부까지 이어지는 무지막지한 길이의 철도와 드넓은 농장, 공업 단지를 보면서 감탄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는 "미국을 롤모델로 삼아 조선도 발전해야 한다"라는 내용의 독립협회 연설을 합니다. 다들 놀랍죠? 이완용은 상당히 눈치가 빠르고 명석한 인재였으며 결국 역사를 보면 이완용의 관점은 정답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조선은 러시아, 청, 일본제국에 의해 호시탐탐 노려지는 상황이었고 이를 미국과의 관계 개선, 더 나아가 미군의 주둔을 통해 동아시아의 균형을 맞추려는 외교적 시도까지 합니다. 








주미대한공사관

공사관의 내부 인테리어는 미국식을 맞추면서도 한국을 상징하는 소품을 매우 다양하게 사용했다고 합니다. 특히 당시까지는 한국의 국기가 완벽히 확정된 것은 아니었으나 태극이 조선을 상징한다고 하여 내부에 걸어두었다고 합니다

(당시 조선은 미개발된 금광이 많았었는데, 미국의 광산기술자를 데려와 이에 대한 권리를 주는 조건으로 국세를 확보하면서도 미국에 대한 협상 도구로 사용하려 했습니다)

 





 이 주미대한공사관을 거점으로 조선은 미국에 대한 교섭을 계속해서 시도합니다. 특히 매우 흥미로운 것은 미군 20만명을 한국에 주둔시키려 시도했다는 것인데 결국 상원에서 부결되면서 실패하고 맙니다. 현대 한국에 주한미군이 존재하며 안보를 도와준다는 점에서 주한미군의 존재가 상당히 새롭게 보입니다.




 더불어 이곳에서는 만찬, 연회, 파티를 대단히 많이 개최하면서 조선이라는 이름을 적극적으로 알렸다고 합니다. 청나라는 이런 조선의 태도가 대단히 못마땅했지만 막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조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조선의 뒤통수를 후갈겨 버립니다. 그 유명한 '가쓰라 테프트 조약'이 몰래 맺어진 것이죠. 이미 앞서 조선과 미국은 '거중조정'이라는 것으로 상호간의 안보에 도움을 주도록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입장에선 태평양의 패권과 필리핀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 조선을 팔아 넘깁니다.




 1905년 미 전쟁부 장권 태프트와 일본 제국 총리 가쓰라가 도쿄에서 은밀하게 맺고 일본과 미국은 각각 한반도, 필리핀에 대한 지배권을 서로 인정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혹독한 국제정치의 현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 미 대통령은, 현재 사우스다코다 주의 러시모어 산에 새겨진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러시모어 산의 오른쪽에서 두번째 인물)입니다. 미국에서는 유명한 대통령이고 존경받지만 뒤통수를 거하게 처맞은 우리 입장에선 참 애매한 인물입니다.




 참고로 이런 일본 제국의 팽창을 묵인하고 서로 관계가 좋았던(적어도 저때까지만 해도) 시절이 끝나고, 36년이 지난 시점에서 일본 제국 해군이 대대적인 진주만 공습을 벌이며 댓가를 치르게 됩니다. 결국 필리핀도 태평양 전쟁 초반에 일본에게 빼았겼고, 이 전쟁에서 수많은 미국인들이 목숨을 잃고 일본은 핵폭탄을 맞게 되죠. 




 이처럼 국제정치와 외교는 정말 냉정하면서도 무섭고, 언제든지 적과 아군이 뒤바뀌는 촌극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미국의 보호가 완전히 사라지고 1910년 일본은 조선을 꿀꺽하게 됩니다. 그리고 조선 소유의 주미대한공사는 단돈 5달러에 팔려나가버립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당시 해당 건물에 입주한 부부는 태극기가 걸린 것을 보고 이것이 어느 나라의 중요한 건물일 것이라 생각하여 꼼꼼히 보존하였고, 결국 2012년 한국 정부가 다시 매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한국의 대통령은 2018년 박정양 선생의 후손들과 주미대한공사관에서 만찬을 열고 한미관계와 지난 치열했던 한반도의 역사를 기념합니다.







[포토]文 대통령 방문, 옛 모습 재현된 주미 대한제국공사관 (hankookilbo.com) 

[포토 뉴스]워싱턴의 대한제국 공사관 찾은 문 대통령 - 경향 ‘향이네’ (khan.co.kr) 

공관원 후손들과 한국 대통령의 만찬





 20세기의 한국의 그야말로 '다사다난'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나라도 뺏기고, 해방 이후 두쪽으로 나뉘어 멸망 직전까지도 가보았고, 아직도 통일은 멀어만 보입니다.




 주미대한공사관이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겪었던 일들을 보면 딱 우리나라의 역사를 한 공간에 압축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이를 결국 돌려받고 한국의 대표자가 직접 방문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차근차근 잃어버렸던 과거를 되돌려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인이 고통받고 있는 또 하나의 시련입니다. 결국 이 시련도 우리가 그러했던 것처럼 잘 극복하고, 다시 세계로 도약하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전쟁사 시리즈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https://orbi.kr/00023840910 - 번외편 비전투병과

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https://orbi.kr/00024160983 - 10편 신뢰성


https://orbi.kr/00024418374 - 번외편 보안

https://orbi.kr/00024715925 - 11편 기출분석

https://orbi.kr/00025035755 - 12편 파일럿 교육 양성

https://orbi.kr/00025121266 - 13편 인적자원과 교육

https://orbi.kr/00025579054- 14편 설계사상

https://orbi.kr/00026239605 - 15편 독소전쟁

https://orbi.kr/00026862509 - 16편 목적과 효율

https://orbi.kr/00027274206 - 17편 현대전의 발전 양상

https://orbi.kr/00027336409 - 번외편 항공모함 시대의 도래


https://orbi.kr/00027382337 - 18편 러일전쟁

https://orbi.kr/00027503697 - 번외편 기만과 속임수

https://orbi.kr/00027559260 - 번외편 MHRD

https://orbi.kr/00027622118 - 번외편 미래의 전쟁

https://orbi.kr/00027786178 - 19편 의료전선

https://orbi.kr/00028148901 - 20편 중립과 군사력


https://orbi.kr/00028250151 - 21편 장전과 방아쇠

https://orbi.kr/00028339193 - 번외편 음식

https://orbi.kr/00028397136 - 번외편 잠수함

https://orbi.kr/00028594440 - 22편 단순함과 효율

https://orbi.kr/00028616772 - 23편 준비

https://orbi.kr/00028633462 - 번외편 기업가정신

https://orbi.kr/00028751436 - 번외편 단수와 보급


https://orbi.kr/00028918449 - 24편 자율성과 민주주의

https://orbi.kr/00028929569 - 25편 경험과 실패

https://orbi.kr/00028954207 - 26편 문화

https://orbi.kr/00029459571 - 번외편 인디아나폴리스 침몰사건

https://orbi.kr/00030326474 - 27편 낙엽이 지기 전에

https://orbi.kr/00031115960 - 28편 늑대떼와 양떼

https://orbi.kr/00031424411 - 29편 불공평하다


https://orbi.kr/00031680019 - 30편 명분과 세계관, 그리고 편견 (1)

https://orbi.kr/00031924410 - 31편 명분과 세계관, 그리고 편견 (2)

https://orbi.kr/00032009629 - 32편 명분과 세계관, 그리고 편견 (3)

https://orbi.kr/00032048830 - 번외편 미래전

https://orbi.kr/00032500068 - 33편 실험과 도전

https://orbi.kr/00032718240 - 특집 최선의 응전

https://orbi.kr/00033073626 - 21세기의 이순신, 손원일 제독과 대한해협 해전








알고리즘 학습법(4편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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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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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30479765 - 7편





삼국지 이야기

https://orbi.kr/00024250945 - 1편 일관성과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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