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생이 전하는 짝사랑 썰
어째 비슷한 썰들이 많이 보여 필자도 한 번 써본다.
4수 중에 같은 수업을 듣던 3-4명이 카페에 모여서 수다를 떨은 적이 있거든. 어쩌다보니 다른 아이들은 빠지고 재수하는 여자애랑 단 둘이 앉아 있게 되었어.
내가 그 때 웃으라고 했던 진담이 "이야... 여자랑 단 둘이서 카페에 앉아서 이야기하는 게 한 1년 반만인 것 같은데." 였어.(물론 이 여자애가 짝사랑 상대는 아니야.)
대부분의 수험생이 나와 같이 하루하루를 똑같은 루틴에 갇혀서 이성과 교감도 거의 없이 수험 생활을 하게 돼. 그러다보면 자연히 딴 생각이 날 수밖에 없고, 작은 감정도 몇 십배로 증폭되게 돼.
게임도 수험 생활 때하면 더 재밌듯이 이 짝사랑이라는 것도 수험 생활 때 걸리면 답이 없는 거야.
근데 짝사랑이라기 보다는, 사실 발정에 가깝다는 게 내 의견이야 ㅎㅎㅎ
이런 썰들 보면 대개 상대의 외모에 홀려 짝사랑이 시작되는데 나도 다르지 않아.
내가 원래 자습관 다니면서 여자 얼굴을 보고 다닌 적이 없거든? 정말 관심이 없어서 그랬어. 내 팔자에 무슨 여자 얼굴을 보며 품평을 하고 있어.
거진 시선을 반 쯤 내리고 다니느라 담당 선생 빼고는 사람 얼굴 자체를 거의 안 봤어.
근데 해당 자습관에 몸매가 호리호리한 여학생이 3명 있었다? 몸매가 거의 비슷해서 다리만 봐서는 구별이 안 갔어. 그 탓에 나는 그 세 명을 동일인으로 생각하고 3개월을 지냈어 ㅎㅎㅎㅎㅎ
그런데 어느 날, 청바지를 입은 A가 지나가고 곧바로 똑같은 몸매를 한 B가 지나가는 거야. 그제야 그 셋이 다른 사람임을 눈치챘지. 해서 얼굴이 어떻게 생겼나 무심코 B를 올려봤어.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꽂혔지.
기본적으로 그 아이는 호리호리한 체형이었고, 미인이었지만 수수한 느낌이 났어. 내 이상형에 정확히 들어가는 스타일이었지.
진짜로 눈이 돌아가는데, 가만히 앉아 생각하니 확실히 사랑과는 거리가 먼 감정이더라고. 마냥 발정이라 표현하기도 그렇고, 하도 오래 스스로를 가두고 지내다보니 사람 온기가 그리워졌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았어.
심리적으로 꽤 파문이 컸지.
덕분에 스스로 자괴감 들 정도로 어처구니 없는 행위를 하나 했는데, 바로 지나가다 그 아이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야말로 벼락처럼 고개를 휙 돌려버렸던 거야. 아니 초딩도 아니고 무슨 ㅎㅎㅎㅎ 지금 생각해도 머리를 쥐어뜯고 싶다.
심지어 본래는 수염도 10일에 한 번 씩 정도 깎고 다녔는데 그 후로 이틀에 한 번 씩은 수염 정리 하고 털 정리도 했던 것 같아. 정신 나간거지.
뭐, 이 아이가 '10월 중순'쯤에 자기 졸립다며 '에어컨' 틀어달라고 자습관 담당 선생한테 요구했던 것 생각하면 얘도 썩 정상이 아닌 것 같긴 한데 ㅎㅎㅎㅎㅎ 어쨌든 그런 거 몇 개가지고 확 안 깨더라.
물론 짬밥 좀 먹었다고 대처법은 나름 있었어. 연심을 역이용하는 거지.
우리가 책을 볼 때 마지막 한 페이지 남겨 놓거나, 혹은 운동 할 때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 놓고 이걸 마저 마무리해야 할 지 갈등하잖아? 그 때 짝사랑 상대를 떠올리며 내가 지금 눈앞에 주어진 과제를 끝냄으로써 보다 완벽해진 모습으로 그녀를 만나야겠다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거야.
효과 좀 있어. 의지가 떨어져 종이 한 장 차이로 해내지 못할 일을 해내는 거지.
당연히도, 항상 좋은 쪽으로 짝사랑이 작용한 건 아니야. 내가 자주 복도 나와서 공부했는데 얘도 자주 나왔거든? 진짜 같이 서있는데 겁나 거슬리더라 ㅎㅎㅎㅎ 옆에 서 있는데 신경이 자꾸 그 쪽으로 가고 침 넘기는 소리도 신경이 쓰였어. 정말 짜증이 났지. 스스로에게도 짜증나고 상대 여자아이한테도 짜증이 나고.
결론을 좀 내자면, 수험 생활이 끝나고 한 달 정도 지나니 짝사랑 상대에 대한 감정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마냥 사라졌어. 진짜로 내 상황이 힘드니까 가벼운 연심도 수십 배로 증폭되었던 것 같아.
그러니 너희들도 그 짝사랑/연심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기왕이면 좋은 쪽으로 활용해봐. "이번 수능을 잘 봐서 서울대에 합격하고 고백하겠어!"같은 식으로 의지로 변환시키라고. 좀 오글거리긴하는데, 그렇게밖에 쓸 수가 없더라.
괜히 고백해서 서로 수험 생활 망치지는 말고. 주변에 여자 사귀고 잘 되었다는 새끼는 정말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까.
근데 궁금하긴 하다. 걔 이름이 하연이었던 것 같은데 수능을 잘 봤을 지 말이야. 국어 약하다는 소리했던 거 보면 조졌을 것 같긴 한데...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나도 덕코줘잉 0
빼ㅣㅐㅏㅓㅐ애앵
-
히든카이스는 아는데
-
조건부 확률부터 모평균 추정 앞까지 2일만에 벼락치기했긴 한데 공식이 헷갈려...
-
현역 2과목 3
원래 시나리오는 물1지1인데 얼마전 물1을 버리는 게 어떠냐는 상담을 받고 그때...
-
에버랜드도 가고싶은데 드럽게 추움 게임도 pc방 가서 8시간씩 하기 재밌고 잠도...
-
다른 시즌은 모르겠고 시즌 6,8만 풀었는데 쉬워도 너무 쉬웠음. 그래도 1컷...
-
신촌 vs 혜화 궁금해요
-
과탐 2등급목표로 좋은과목은 무엇일가요? 생1,2, 지1 중에 하려고합니다....
-
부모ㅅㄲ들 꼬라지가 진짜 몇년 내내 참을수가 없네 부모가 저모양이면 삶에 희망 없음
-
캬 달달합니다 1
-
돈내고써야해 사실 거의 쓸 데도 없음..
-
학교에서 자습 줄 때도 패드 못 사용함...
-
규칙은 직전과 동일 이번엔 1만덕입니다
-
컴싸가 약간 위 아래로 번지던데 설마 위 아래 문제 인식 잘못되면 아. 엄청...
-
현재 예비고3입니다. 지금은 이과이고 (내신으로 물화생) 한의대 희망합니다. 수능...
-
유료 장점이 파일 여러번 올릴수 있는거랑 한 대화방에서 질문 쭉 이어갈수 있는거...
-
국어 질문 5
24수능 거의 3컷 25수능 4등급 올해 고2 학평 순서대로 백분위 94 90 95...
-
얼버잠 2
오늘은 졸리니까 일찍 자야지
-
막판 ㄱ? 3
오래는 못함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해서
-
외대-시내버스10분,지하철100분,도보10분 -> 2시간...
-
슬슬 밀렸던 문학작품 감상을…
-
. 0
-
진짜 그 아이돌이랑 대화하는거 같아서 설렘...
-
수학현장조교 2
왕복 2시간은 에바죠?
-
‘曼陀羅華’(Mandarava)에서 왔답니다 신기하지 않나요
-
레어가 늘어난다 3
흐흐흐
-
올해가 25학년도 수능이었기 때문에 10시 8분 정각까지 이 글에 가장 많은 덕코를...
-
시험지를 두번씩 바닥에 떨어뜨림 손목시계도 자꾸 떨어질거 같았고
-
딱 수능 성적표 열었는데 수학 80을 가채점 했는데 76이 적혀있으면 존나 오열할듯
-
미적 84맞고도 그냥 학원가서 묵묵히 가천의 파이널 듣고 시험치러감 인생은 근성있게...
-
취업의 문턱에서 살아돌아옴
-
중경외시 공대 가능한가요?? 국어 영어 수학 생명 지구 서상한 미적 언매 시대 강댜...
-
한번 더? 6
5만덕에서 끝나면 판돈 더 키워서 가볼까
-
안 그러면 실망할 확률이 큼 직관적으로 생각해보면 메가스터디가 짜게 줄리가 없는게,...
-
등급컷 콱 씨발 0
바로 과탐컷 정상화 OUT
-
나도 인지도 쌓이면 열 수 있을까
-
현역 정시로 공대가려고 하는데 커리 평가 해주세요 국어: 고1 4> 지금 계속 3...
-
방금일어남 4
나도모르는사이에 잠들었었음
-
이과기준
-
따로 두는 곳 없고 걍 폐기하겠져?
-
올해는 거의 안 풀어봐서 잘 모르겠지만.. 서바나 강K는 서른 문제가 너 이거...
-
손으로 콱 움켜쥔 다음에 똥침하고 도망가고 싶음 ㅋㅋㅋㅋ 25학년도 수능 탐구영역은 물1물2 응시함
-
이제 고3 올라가는데 내신 개망해서 좌상향 그래프임 쌤이랑 최근에 상담했더니...
-
시대 메가 병행 1
언매 미적 사문 지구이구요 1년동안 메가 과목별1타 풀커리에 시대인재 국어 수학공통...
-
충대는 갈수있나요 대전 사는데 삼반수할예정인데 타지로 가는게 나을까요 ..... 하...
-
빠르게 100덕에 1만덕을 추가로 가져가세요! https://orbi.kr/00070126531
-
(가)조건 처음 만들었을 때 너무 꼬아놓은 느낌이라 (나)조건으로 약간의 힌트를,,..!
-
메디컬 지망생 분(2026수능 참전하실분)투표 제발 한 번만 1
여러분이 어떤 선택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메디컬지망생분만 투표부탁드려요
ㄷㄷ
막줄이핵심
아 이분 글 왤케 매력있지..연재소설 마냥 기다리게 되네...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썰 재밌네요 ㅋㅋㅋㅋ 주의점 3편만을 기다리는중
막줄추
혹시 성씨가 권임?? 인상착의가 아는사람이랑 비슷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