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국어 강의 듣지 마세요
반갑습니다. 국어 강사 정연중입니다.
오늘 말씀드릴 것은
'여러분이 듣고 있는 국어 강의가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저도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사람으로서 많이 생각하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조심스럽지만, 소신껏 말씀드려 볼게요.
아래의 글은 21학년도 06월 평가원 [영상 안정화 기술] 지문의 첫 번째 단락입니다.
실전이라고 생각하고 현장처럼 읽어주세요.
다 읽으셨다면, 질문을 하나 해볼게요.
Q. '영상 안정화 기술'이 무엇인가요?
혹시 '흔들림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기술'이라고 답하셨나요?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는 부족한 답변입니다.
글을 읽을 때 '최우선 순위'는
글쓴이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다시 읽어 봅시다.
글쓴이는 영상 안정화 기술의 정의를 말하기 전에 '두 가지 상황'을 말했습니다.
(당연히 '그 의도'가 있겠죠?)
첫 번째는 카메라를 들고 촬영할 때 '미세한 떨림'이 발생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걷거나 뛰면서 촬영하면 '식별할 수 없을 정도의 흔들림'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영상 안정화 기술'을 정의했습니다.
이제 아시겠나요?
영상 안정화 기술은
'미세한 흔들림'부터 '식별할 수 없을 정도의 흔들림'까지
그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이렇게 읽어야 '정확하게 읽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결국 여러분이 경청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다음 단락을 써내려 갈 것이니까요.
실제로 다음 단락을 읽어보면,
미세한 떨림을 안정화하는 기술인 'OIS 기술'과
큰 흔들림을 안정화하는 기술인 'DIS 기술'에 관해서 후술됩니다.
제가 우연히 맞아떨어지는 글을 찾아온 것이 아닙니다.
비단 이 글만 그런 것이 아니라 평가원에서 쓰는 글들이 대개 이렇습니다.
아주 치밀하게 계산되어 있죠.
그런데,
우리는 '왜' 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한 걸까요?
저는 그 이유가
학생들이
'필자'의 목소리가 아닌,
'강사'의 목소리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원에서 '용어'에 네모 박스, '정의'에 밑줄을 그으라고 배운 학생이라면,
이 학생은 윗글을 읽을 때, 네모 표시하고 밑줄 긋기에 바빴을 겁니다.
결국 시험장에서 필자의 목소리가 아닌 강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것이죠.
혹은 첫번째 단락에서는 '글을 읽는 방향'을 설정해야 된다고 배운 학생이라면,
'영상 안정화 기술은 흔들림의 영향을 어떻게 최소화할까?'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이 학생도 마찬가지로 필자의 목소리가 아닌 강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것이죠.
물론,
정의를 활용한 문장을 읽을 때 그 정의가 기억나지 않는다면
개념 정의에 미리 표시를 해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글의 내용을 예측하며 읽는 것은 아주 좋은 글 읽기 방법 중 하나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강사들의 목소리에 영향을 받은 이러한 행동들이 옳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필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행동이 후순위로 밀리는 것이 잘못됐다는 말입니다.
캐스트 제목을 쓰고 나서 너무 강하게 얘기한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결코 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정리하면,
현장에서 강사의 목소리가 우선이 되는 학생은
차라리 국어 강의를 듣지 않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과거에 의미 없는 노력을 하루에 16시간 했던 사람으로서
여러분의 노력만큼은 '가치 있는 노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만 하는 것은 정말 너무 안타까운 일이니까요.
진심으로 도움이 되었으면 하네요.
감사합니다.
https://academy.orbi.kr/gangnam/teacher/459
(정연중T 대치 현강)
https://class.orbi.kr/event/697
(정연중T 인강 프리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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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것은 강사가 아닌 글쓴이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 궁금해서 여쭤보는데요 저렇게 읽는게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글을 깊게 읽었다 이런 거 말고 진짜 점수를 내는데에 무슨 역할을 할까요?? 실제로 저 세트를 푸는데에 작은 조정은 ois가 하고 큰 조정은 dis가 하는 걸 파악하는게 도움이 되나요?? 제 기억에는 문제 푸는데는 큰 의미가 없는 독해라고 생각하는데 저렇게 읽는게 무슨 이득이 있을까요?
그냥 흔히들 말하는 지문 차력쇼가 아닐까해서요 말그대로 강사의 목소리거 중요한게 아니고 학생 스스로가 할 수 있어야 되는데, 과연 학생들이 저기를 나눠 읽은 다음에 뒤에 ois dis를 보면서 연결할 수 있을까요?? 저도 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으로 요새 독서 지문 분석의 정도는 어디까지해야하는지에 고민이 많이서 댓글 달아봤습니다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불쾌한 게 아니라 듣고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해서 흠이라고 한 거예요^^
사후적으로는 최대한 '차력쇼'를 해두는게 현장에서 해낼 수 있는 독해 수준을 올리는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일단, 윗글은 글을 읽을 때 문장 간의 관계(필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취지의 글입니다.
댓글로 말씀해주신 '효용'에 관한 이야기도 공감이 갑니다! 첫 번째 단락을 가볍게 읽어도 충분히 잘 읽고 풀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그렇다고 해서 문장 간의 관계를 파악하며 읽는 것이 필요 이상으로 '깊게' 읽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쉬운 지문에서도 견지해야 할 기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그 필요라는 것의 기준이 궁금합니다 어디까지가 필요한 것인가 차라리 어려운 문장을 분석하는 능력이 더 중요할 수도 있고(댐핑인자) 비교대상을 명확히 파악해야하는 걸 수도 있고(정약용) 등등 과연 저렇게 연결하는 것이 정말 필요한가가 요새 고민이어서요 제 생각에 필요의 기준은 말그대로 점수를 낼 수 있냐 없냐라고 생각하는데, 그 기준에는 저렇게 독해하는 건 말그대로 강사의 목소리가 아닌가 싶어서요
필요의 시작은 문장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고, 필요의 끝은 문제를 푸는 것 아닐까요?
저렇게 읽어야지만 푸는 문제가 혹시 있을까요? 저런걸 잡아내서 후속 문단에 연결을 꼭 해야 풀 수 있는 문제말입니다 딱 떠오르는게 없어서요
반드시 어떻게 읽어야만 풀 수 있는 문제는 없지 않나요?
그냥 그읽그풀이 베스트인데, 이건 사실상 모든 '도구'들이 자연스럽게 체화되어 있는 상태인거고
그게 불가능하니 본문과 같은 도구들을 가르치고 숙달시키는게 아닌가 싶네요
솔직히 저기서 이후 내용을 ‘미세한 떨림을 조정하는 기술과, 큰 떨림을 조정하는 기술 두 개가 나오겠구나’라고 예측한다는건 너무 사후적일 뿐더러 글을 다 읽고 나면 어차피 그런 두 기술 OIS, DIS 있다는걸 알거같은데…
물론 저렇게 독해하는게 요새 대세고 학생들이 원하는 독해라는 것고 알고, 말그대로 화력해보이기도 하니까 저도 저렇게 수업 하고 있지만, 계속 고민이 드네요
그래서 저는 가능한 뒤에서 앞으로 올라가라고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암만 생각해도 앞에서부터 저런걸 파악하면서 독해하는게 진짜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해서... 어렵습니다 글읽기를 가르친드는게 참
저는 생각의 방향이 2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측(위에서 아래로)
연결(아래에서 위로)
이 2가지 사고 과정 모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람마다 예측이 어려울 수도, 혹은 연결이 어려울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연차가 늘수록 더 쉽지 않다고 느낍니다..ㅠㅠ
위에 예시가 그냥 흔들림 보정이라고 읽고 넘겨도 되는 지문이라 그런듯 하네요. 취지에 공감합니다. 1단락에 기준 다 던지는 경우 많죠.
솔직히 잘 납득 안 되긴 함
저 문단만 읽고 '영상 안정화 기술'이 뭐냐, 혹은 가져야 하는 생각은 '아, 흔들림 잡아주는 기술...ㅇㅋ'이지
'작은 흔들림부터 큰 흔들림까지 잡아주는군'인지는 좀 의문임...
물론 굳이 2가지로 나누어 서술한 것을 캐치할 수는 있겠지만, 바로 뒤에 ois dis로 구분되어 서술하고 있다면 자연스레 알게 될 내용이 아닐까요?
차라리 아래문단까지 붙여주고 이게 뭐냐? 하면 나자연스럽지만 저 문단만 주면..
오히려 첫문단부터 너무 뇌에 부하를 주는건 아닌가..물론 저게 숨쉬듯이 당연히 인식되고 감당이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면 이미 고정 백분위 100일것 같네요
수험생 천 명이 있으면 몇명이나 저 단락을 읽고 '모범답안'과 같이 흔들림을 구분지어 대답할지 의문이네요
다만 첫문단에서 글의 방향을 잡고 중점적으로 볼 내용을 떠올려야 한다는 말이면 긍정하고요
말그대로 흐름정도 캐치하고 뒤에서 위를 올라가는 정도가 최대치이지, 앞에서 하나하나 잡아서 끌고 내려가는 건 사후적이며 위의 예시정도의 연결은 말그대로 차력쇼가 아닌가, 과연 강사들도 처음보는 글에서 저런 걸 진짜로 다 하는 것인가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전 못하거든요 저런 분석 볼때마다 우와 그러지만 진짜 실효성이 있는가는 의문이 항상 드네요 실효성이라는 것은 말그대로 점수인데... 점수를 내는게 정말 도움이 될까요
밑에 있는걸로 유기적 연결을 해야 지문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데 먼소리심..?
그니가 밑에서 올라가는건 당연히 알겠는데 위에서부터 그런걸 다 쥐고 내려가는게 말이 되느냐 이거죠 연결할 거리를
앞에서 후에 연결될 모든 연결거리들의 기준을 다 잡는게 처음보는 글에서 시험장에서 가능한 것인지 그게 의문이라는 겁니다
다는 당연히 못들고 내려가죠… 그니까 기출분석을 통해 중요한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구분하는 능력을 기르건데.. 그게 안되면 실력을 늘려서 지문을 컴펙트하게 읽어야하지 않을까요?
저렇게 첫 문단에서 '기준'나눠주는게 잘 보이면 그걸 지침으로 삼아서 들어가긴 하는데
약간 애매한...예시를 가져오셔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ㅋㅋ
네네 저도 그 생각. 말그대로 뒤에 ois dis가 나왔으니 이렇게 분석해라 정도로 느껴지는게, 정말 모든 지문이 저런거 하나하나 다 짤라서 내는지도 모르겤ㅅ습니다
그게 결국 사후적독해다, 차력쇼다 이런 비판점인건데, 답은 없는거같아요 ㅎㅎ 강사가 직접 수능 쳐서 증명하는것 정도? 내 방법대로 해서 풀었다는
수능 국어 백분위 100인데
ㅔ현장에서 저렇게 읽는 사람이 있나
그냥 대충 들어맞는 예시 가져와서 사후적 지문해체 쇼 하는거 같은데
전에 쓴 현대시 칼럼도 그렇고 ㅋㅋ
조금 더 실전적인 칼럼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피드백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문을 이떻게 소화했느냐가 선지의 정오 판단 정합성을 결정하기 때문에… 소화 과정이 중요하긴 합니다. 유기적 독해(라고 하나요?)의 장점이라면 위의 정합성 면에서 좀 더 나은 근거들을 떠올려 볼 수도 있을 것 같고(직감과 뇌수의 흔적에
의한 작화보다는 나은 방법), 출제자의 콤팩트한(라고 쓰고 실제로는 맥락이 조금 결여된) 글쓰기 방식에 대응하기가 편리한 것 같아요.
결과적으론 어떤 방법으로든 정확하고 빠르게 읽을 수 있으면 가장 좋습니다. 간단한 주문이죠. 정확한 독해를 빨리 하는 연습이 최고 ㅎㅎ
사전적/사후적 독해의 기준도 사실 애매합니다. 기출 분석은 반드시 사후적 독해로 갈 수 밖에 없고, 사후적 독해를 통해 길러진 능력으로 수능을 대비하는 것이니까요. 우리가 원하는 ’발전된 사전적 독해‘는 엄밀히 따지면 그 해 수능 딱 한 번밖에 없으니까 증명도 어렵지 않을까요…?
‘시험장에서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라는 말엔 참 공감하는데, 점진적으로 기어를 올리는 방향으로 해서 시험장에서 할 수 있는 수준이 올라가면 더 좋겠죠.
여담으로 예전엔 구조 독해니 뭐니 해서 한창 유행했었는데 그건 이제는 수능 국어 역사의 뒤안길로 가고 있을라나요..? 시간은 참 빠르네요 ㅎㅎ
국황들은 국어 강의 안들음ㅇㅇ
저는 완전히 동의합니다
좋은 글입니다 ㅎㅎ
여기서 설명할 건 아니지만 저런 글쓰기 논리는 평가원에서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조금만 훈련하면 학생 여러분들도 스스로 캐치할 수 있습니다. 평가원 지문 분석을 어디까지 해야하냐라고 했을 땐 주요 지문들에 대해선 지문+문제 내의 모든 정보 간 관계를 인지함에 있습니다. 본 글과 같은 내용은 필히 챙겨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쎄요 정말 모든 지문에서 반복되고 있나요? 당장에 문제 해결 구조도 지켜지지 않는 지문도 있고, 오버슈팅 지문의 경우에도 물가 경직성이 원인으로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에만 언급될뿐 지문에는 나오지 않았던걸로 기억하는데, 그리고 설사 그렇다고 해도 나왔을때 반응해서 위로 올라가눈 것보다 더 나은 미리 앞에서 파악한 것을 연결하는게 더 큰 이점이 있을까요?? 혹여나 그런 사례가 있다면 알려주시면 정말 큰 도움이 될거 같습니다
제 요지는 꼭 저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가 궁금한겁니다 정말 모든 구절이 다 연결되는게 맞는지 궁금한겁니다
당연히 모든 지문은 아닙니다만, 저런 양상의 글쓰기가 특정 난이도 이상, 특정 연도 이후의 지문에선 상당히 많이 지켜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정연중 선생님의 허락을 맡고 이 글쓰기가 어떤 지문들에서 보여지는지에 대해 글을 쓰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네네 보여지는 것과 더불어 그 독해가 문제풀이에 필수적인 근거를 보고 싶습니다 저도 공부가 더 필요한 사람이라서요 감사합니다!
예를 들어서 위의 지문에서 미세한 떨림과 큰 떨림을 가져가야하는 당위는 무엇이며 거꾸로 그렇다면 맨 앞의 ‘일반’ 사용자 정보를 두고가는 당위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맨 앞의 정보이기 때문에 글의 흐름이 제시되어서 가져가고 두고가는 것은 아닐거 같고, 정말 저렇게 읽는게 타당하다면 가져가는 정보의 당위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넵 나중에 올라올 글 읽으시면 모두 해결 될 겁니다 :)
저도 이렇게 읽어요 평가원 글들은 서론이 글 전체를 요약해주는 경우가 엄청 많더라구요
이번 수능에서도 그랬던 것 같은데
공감
현역때 비문학강의 들어보려 했는데
결국 혼자하는게 정답..
24수능 성적인증ㄱ
ㄷㄷ
어떤 대상이 ‘복선’일 것이라는 추측은 실제로 후에서 복선으로서 기능을 해야 그 의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복선은 독자의 입장에서는 사후적으로 밖에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이것을 예측하는 과정에서 독서의 깊이가 생기는 것은 맞으나, 굳이 쓰일지 안 쓰일지 모르는 모든 정보를 과다하게 인지하려하면 오히려 독서에 방해가 됩니다.
필요한 모든 정보를 기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정보의 왜곡이 최소화되도록 강사들이 제시를 하는 거고, 달을 가르키는 강사가 있어도 달을 보지 않고 강사의 손가락만 바라본다면 그것은 학생의 역량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