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 28번은 대칭성을 참고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우선 제목으로 살짝 어그로가 끌릴 수도 있지만, 틀린 얘기는 아니기에 제목을 전제로 쭉 밀고 나가겠습니다.
현재 많은 학생분들이나 강사분들이 이번 문항에서 대칭성을 근거로 문항 풀이를 전개하고 소화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강사님들은 틀린 얘기 없이 '부분적 대칭성' 결론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만.)
사실 이 문항에서 요구하는 핵심적인 논리적 근거는 단언컨대 사잇값 정리가 전부입니다. 그 어떤 해설강의나 풀이를 보더라도, 논거의 핵심은 사잇값 정리입니다. 대칭성으로부터의 결론은, 실제로 우변을 미분해보고 0에서 2까지의 그래프를 관찰하고 그것의 부호에 따라 f(x)의 그래프가 어느 경우에서 결정되든 결과적으로 f(1)=-1이 될 수 밖에 없다 식의 지난하고 엄밀한 과정이 생략되는 한 단지 '추측'에 불과합니다. 물론 실전 풀이 관점에서 이러한 과정이 확인되기까지는 수 분 이상 걸리는 비효율적인 과정이 됨은 말할 필요도 없죠.
문항에 대해서 '이러한 함수는 이렇게 접근하는 것도 좋다' 내지는 '이렇게 정당화된다' 식의 사후적 분석과 실제로 수험장에서 접근하는 방법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습니다.
공부하는 측면에서는 말할것도 없이 물론 전자가 좋고, 그렇기 때문에 많은 풀이 강의에서 최소 20분 이상 할애하여 해당 문항을 해설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혹자의 말처럼 문제 가려서 풀고, 풀이 가려서 소화하면 대학도 가려지는것 또한 맞습니다.
그럼에도 할 말은 해야됩니다.
'특정 성질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문항'과 '특정 성질을 이용할 여지가 보이는 문항'은 외형적으론 비슷할 수 있어도 본질적으로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 그럴 상황이 아닌데도 엄밀한 논거가 뒷받침이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수용하다가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주기성, 대칭성은 수능 수학에서 매우 중요한 컨셉임도 맞는 얘기고, 이번 문항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 배울만한 요소가 충분히 있는 점은 많은 강사분들이 해석하신 것과 같이 당연히 맞습니다.
다만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얘기는 이번 문항이 '출제 포인트', 즉, 발제 대상에게 '해당 개념을 응용할 수 있는가?'의 관점으로써 '대칭성'을 '메인'으로 하고있냐할 때 그 대답이 no라는 얘기를 하고싶은 것입니다.
이 문항으로부터 대칭성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고, '이 문항이 비록 그걸 묻는게 아니지만 그러한 관점으로 풀어나갈 수도 있다'를 설명하는 측면에서 수험자 측면에 '공부'는 될지언정, 이 문항의 핵심이 전혀 그로부터 나오지 않았음에도 많은 학생들이 '이 문항이 당연히 대칭성을 발견해야만 하는 문항이였구나'로 유도하는것은 또다른 문제입니다.
어떻게 보면 작년 평가원에서 'x~x+1 구간별 적분이 미적 선택자에 유리하다'라는 소수의견에 있던 논란처럼 학생에게나 강사에게나 매우 subtle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지점입니다만, 최소한 '문항을 통해 대칭성에 대한 이해를 평가원에서는 어떻게 묻냐'라는 예시를 본 문항으로써 드는게 합당하냐는 지점에서만큼은 적절한 예시가 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우리가 감히 헤아릴 수 없는 '평가원의 의도' 내지는 '평가원스러움'에 대해서 아직도 (저도 그렇지만) 학생 뿐 아니라 수많은 강사들이 그 뜬구름을 조심스럽게나마 잡으려고 노력하는건 사실이니만큼, 이에 대해서는 분명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항으로써 묻고자 하는 바에 대한 어떠한 의도를 추론하고자 하는 불판에는 (비록 무엇이 정답이다 말해줄 입은 없지만) 이러한 소수의 논거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s. 뇌피셜이긴 하지만, 이 문항 출제하신 분은 대칭성을 풀이의 핵심적인 키로 염두해서 냈기보다는, 작수처럼 초월함수간 합성함수 + 합성함수=합성함수꼴 항등식 내시면서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을만한' 함수 형태 고민하시다가, 가장 간편한 형태로 제곱 = 대칭함수 내신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렇기에, 엄밀한 기함수/우함수 해석이 더더욱 맥거핀일 수 있는거죠. 알기 쉽게는, f'(x^2+x+1)=g(x)꼴 평가원 20학년도 9평 30번 기출에서 우변 함수 대칭성 잣대로 해석하는게 본질적으로 무의미한것과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최소한 평가원에서는 '어떤 툴을 사용하는게 필수적인 상황'에서는 그 툴이 보이도록 explicit하게 발제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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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끝나고 다들 대칭성 사용했다 그래프 그렸다 하는데 정작 문제를 푼 저는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어서 꽤 당황했었어요
저는 그냥 사잇값정리로 좌항 최소를 구하고 우항미분해서 최소되는게 b-a일 때인거니까 식 두개 나와서 연립으로 풀었거든요
강사 해설들으면서 굉장히 벙쪘었습니다 ㅋㅋ
본문에서 언급했듯 그게 진정한 출제 의도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있습니다. 해석하고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몰라도, 사실 '(출제자/평가원이 의도하는) 그런 발제'의 풀이에서 필요없는 과정이죠.
공부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언급할 필요도 있는것은 맞는데, 지금은 너무 그쪽에 이슈가 몰리다 보니 28번 = 대칭성 문제로 굳어지는 느낌이 있어서, 조금은 거기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습니다.
푸는 방법 자체로 '출제 방향'과는 다소 다른 다양한 경로, 빠른 경로가 앞으로도 얼마든지 나올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수능에서는 '그 추론이 당연할 수 밖에 없는' 문항만 나왔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훨씬 높거든요.
이번 미적 28번은 개인적으로 재미도 있었고 어느 정도 완성도는 충분히 갖춘 문항이라 생각하지만, 이런 여지를 쓸데없이 남겼다는 사소한 결과론적 측면에서는 조금은 불완전한 문항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비유하자면,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현상만으로 하류층이 상류층을 전복하려다 실패하는 작품이라고 얘기하는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아예 우변에서 대칭과는 상관없는 함수 꼴을 제시했어도, 원 출제 의도가 전혀 훼손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절대부등식과 사잇값 정리를 키워드로 낸 상당히 좋은 문제라고 보는데 점대칭성으로 끌고간다음에 어찌저찌 푸는건 좀 돌아가는 풀이 느낌도 있죠
개인적으로도 문항 자체 완성도는 2015교과 개정수능 이후 1706가형 30번, 16수능 30번에 버금갈 정도로 좋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선택과목으로 격하되고 2015개정교육과정 미적분 교과 가이드라인 중 하나인 '지나치게 복잡한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1]'를 충족해야하는(ex. 반드시 엄밀하게 대수적으로만 극값을 확인 가능한 함수 형태 등) 부담이 어느정도는 작용한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그 부분이 고려되지 않았다면 1906가형 21번처럼 다소 딥하게 들어갈 수 있을만한 여지도 있을만한 함수 형태라고 생각됩니다.
ref. [1] 2015 개정 수학 교육과정, ncic.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