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서독 [383625] · MS 2011 · 쪽지

2014-11-05 21:23:39
조회수 12,743

도망치는 것도 습관이고 버릇입니다...

게시글 주소: https://oldclass.orbi.kr/0005000764

지금은 온갖 잡념이 머릿속에 파고들어 괴롭혀도 다 털어내고, 


우직하게 책상 앞에 앉아 손을 움직일 때입니다.

오르비 들어와서 이러면 어떨까요, 저러면 어떨까요, 물을 때가 아니고요.


살면서 신림동과 노량진의 고시생, 공시생들 많이 만나 봤습니다.

꼭 시험 한두 달 전만 되면 시험 자체를 피해 버리는 인간들이 있습니다.


뜬금없이 연애를 시작합니다(둘 다 고시생).

정말 인생의 반쪽을 찾은 것처럼 열렬하게 사랑하더니,

시험 지나면 얼마 못 가 헤어지더군요.

한두 커플을 본 게 아닙니다.


갑자기 수험서를 새로 막 사들입니다.

반딱반딱 비닐 헝겊에 쌓인 새 책을 보며 흐뭇해합니다.

올핸 글렀으니 다음 기회를 노리겠답니다.

내년에 또 그 모양입니다.


심지어 시험장에도 안 들어갑니다.

어차피 점수 안 나올 건데 시간 아깝게 뭐하러 거길 가느냐는 겁니다.

그 시간에 차라리 공부를 하겠답니다.

그런데 그 시간에 공부? 절대 안 합니다.


별별 되도 않는 핑계로 코앞에 닥친 시험에서 도망칩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도 짠 듯 똑같습니다.


인생 길게 보면 지금 1, 2년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나는 절대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시험에 붙기만 하면 게임 끝이라고.


근데 붙어야 말이죠.

못 붙어요, 저런 애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도망치고 피하는 것도 습관이고 버릇입니다.

이번 한 번만 그럴 것 같죠?

내년 되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요.

올해 죽어라 하지 않고, '나름 한다고 했'다면,

내년에도 당신은 '나름 한다고 하'다가,

2015년 11월 5일에 이런 글을 쓰고 있을 겁니다.

"한 번 더 하고 싶은데, 늦지 않았겠죠? ㅠㅠ"


지금, 변하지 않으면 내년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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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르비꿀잼 · 492691 · 14/11/05 21:30 · MS 2014

    ㅠㅠ 동사서독님 좋아요 누르려다가
    모르고 신고를 눌렀는데요
    어떻게 되나요?ㅠㅠ 죄송합니다

  • 동사서독 · 383625 · 14/11/05 21:35 · MS 2011

    으악... ㅎ

    컨텐츠관리자님이 잘 봐주시겠죠. ㅋ

  • 오르비꿀잼 · 492691 · 14/11/05 21:37 · MS 2014

    괜히 신경쓰이게해드려서 죄송합니다

  • 컨텐츠관리자 · 340191 · 14/11/05 22:05 · MS 2010

    독포 100점으로 야동서독님 세굿빠~

  • 동사서독 · 383625 · 14/11/05 22:20 · MS 2011

    헐...

  • 고정닉 · 506597 · 14/11/05 21:36 · MS 2014

    그렇게 동사서독님은 산화되었습니다...

  • 고1사국 · 508868 · 14/11/06 00:39 · MS 2014

    ㅋㅋ꿀잼

  • 행복해질권리 · 529782 · 14/11/05 21:32 · MS 2014

    ㅇㄱㄹㅇ

  • 타루빠 · 504845 · 14/11/05 21:39 · MS 2014

    헐저도 신고눌르면어떻게되는지 볼라그랬는데 바로접수되어ㅛ다고뜨는데 어떡하나요??

  • Flying Lotus · 384595 · 14/11/05 21:42 · MS 2011

    크...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일침!
    개인적으로 수험생이 벼슬인 줄 아는 수험생도 조금 안타깝습니다...
    지금 이 시기에 오르비 하는거나 야구 보는 거나 똑같은데 오르비 하면 뭔가 다르다는 이상한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더군요;

  • 1st place · 498414 · 14/11/05 22:09

    맞는 말씀!
    하지만 좀 더 유하게 쓰셨으면 100점일듯
    본디 사람이란게 공격적인 글을 본다면 즉각 방어적인 핑계를 만들어내는 본능을 보이는데요 그렇기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깨우치게 할지는 의문....

  • 전국수석하자 · 452140 · 14/11/05 22:47 · MS 2013

    감사합니다.
    요 근래 오르비에서 본 글 중 제일 도움되는 글이네요.
    회피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달려가겠습니다!

  • Pilgrimage · 528995 · 14/11/05 22:48 · MS 2014

    이번 8일동안 떳떳하게 살지 못한다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교대여신 · 453326 · 14/11/06 16:54 · MS 2013

    저두요 22222 떳떳하게 살게요
    다시 반수한학교 절대돌아가지않게 열심히 하겟어용

  • 씬라면 · 470295 · 14/11/05 22:53 · MS 2013

    동사서독님
    공단기 강사이신 전효진쌤도 같은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이쯤되면 자기합리화가 극에달해 외면하려한다고 하시더라구요
    저를 뜨끔하게 만드는 글입니다ㅠㅠ감사합니다

  • 긍정멘탈 · 438128 · 14/11/05 23:12 · MS 2012

    맞는말씀입니다..좋아요누르고갑니다..
    삼수인데 공감합니다.. 현역땐 막연하게생각했지만 재수때랑 지금은 비슷하네요..

  • kkttss.kkttss · 503667 · 14/11/05 23:32 · MS 2014

    근데 동사서독님은 평소 무슨 일 하시길래 이런저런 경험이 많으신가요?

  • 다큐 · 386689 · 14/11/06 00:57 · MS 2018

    저도 궁금.. 국사쪽에도 조예가 있으신 것 같던데 ㅋㅋ 공무원 시험 준비하셨나요?

  • 박주혁t · 370907 · 14/11/06 00:31 · MS 2011

    저도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제가 도망치지 않고부터 인생이 변한케이스라서ㅋㅋ 이 이야기는 많이 공감되네요^^

  • 로하다 · 493744 · 14/11/06 01:35 · MS 2014

    공감하네요..
    처음엔 느끼지 못하다가 나중엔 걷잡기 힘든 큰습관이 되버리죠
    서서히 바뀌기 때문에 알아채기힘들죠
    그래서 플래너 작성하고 자기반성노트 작성하는게 좋은거 같습니다.

  • 슈돌이네 · 369414 · 14/11/06 07:58 · MS 2011

    정말 중요한 말씀, 감사합니다!

  • 추억앨범™ · 6955 · 14/11/06 10:29 · MS 2002

    노량진 수험생들 중 70%가 허수라는 이야기가...

  • 완투슥빡 · 243365 · 14/11/06 10:34

    시험장에 가서 보면 한 교실에 30명 정도를 배정하는데 40% 정도는 아예 출석을 안 하죠 ㅋㅋ

  • 기술자君 · 27444 · 14/11/06 11:54 · MS 2003

    공감합니다. 덧붙여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 안에는 차라리 '망치고 싶다'는 자기 스스로에게도 차마 고백하기 힘든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 오이이엉 · 464726 · 14/11/06 13:34 · MS 2017

    그 도망치고 싶다는 감정을 잘 컨트롤하는 것이 멘탈관리에서 중요한 부분이더군요.

  • soulbear · 511972 · 14/11/06 18:10 · MS 2014

    완전 공감합니다...
    저도 수능보면서 늘 막판에 포기하고
    이런저런 그럴듯한 이유들을 갖다 붙혀서
    합리화를 했었죠...
    제일 어리석은 행동이고
    그렇게 인생살면 이룰수 있고
    얻을수있는것들이 심하게 제한이 되죠

  • 조림간장 · 501629 · 14/11/06 19:39 · MS 2014

    인간의 욕심은 끝이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 Shoot the Runner · 507081 · 14/11/06 21:14 · MS 2014

    진짜 공감가요 저도 딴생각 한두번 해본게 아니라서... 찔리네요

  • 7년전효산고졸업 · 452023 · 14/11/10 13:58 · MS 2013

    동사서독님이 이 댓글을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글을 보면서 지금 많은 생각이 듭니다.
    먹고싶은거 먹고 , 자고싶으면 자고 , 놀고싶으면 놀고
    동물(짐승)처럼 제 자신을 26년동안 내버려두었습니다...자신을 살피지않고 망해가는게 뻔히 보이는데 .....쾌락과 편함을 추구해왔던 것 같습니다...

    이글을 통해 반성하고 앞으로 자기 자신을 항상 끊임없이 채직질하고 되돌아보는 인간다운 인간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 동사서독 · 383625 · 15/01/04 10:10 · MS 2011

    뒤늦게 댓글을 읽었습니다.

    제 글이 앞으로의 님 인생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뜻을 둔 일 모두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