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우스 [487944] · MS 2014 · 쪽지

2014-10-27 23:27:47
조회수 7,707

김첨지

게시글 주소: https://oldclass.orbi.kr/0004980086

시험이 끝나고 , 선생님들이 확인한다며 붙잡아둔 30분 ㅡ



나가라는 방송이 울리기까지 , 아니 울리고 나서도 하염없이


첨지는 상념에 접어들었다

시험 시간 내내 나를 괴롭게 하고 궁금해 미치게하던 국사 내용에 대한 궁금은 순간에 사라져버리고 ㅡ



책 하나도 펴놓지 않은채 ㅡ 그렇게 하염없이


나는 100일 전엔 200일의 나태한 나를 후회하고 ,


50일 전엔 100일 전에 나태한 나를 후회하고

17일 전엔 50일 전에 나태한 나를 ㅡ 

하물며 어제마저도 17일 전에 나태한 나를 후회했음에도 ㅡ 


왜 나는 ㅡ 


끝나고 남아야하는건 분명 후련함이여야만 하건만 ,

끝없는 아쉬움만 남는다

첨지는 그렇게 ㅡ 


몇번을 되새인지 , 되새일지도 모르는 후회에 젖어든다


지금까지 나를 있게한 , 나를 위해 기도해준 수 많은 사람들에게 부끄러움을 느낀다,


수능이 끝나 미소지을 아이들을 마주치기가 무서워 ㅡ

나는 그렇게 그렇게 뒷골목으로 계속 그렇게 빠져들어간다


후미진 피씨방 ,

힘없는 손으로 비회원 후불 카드를 집어든다

평소에 무시하던 피돌이 마저 , 오늘의 나를 가치없어 보이게 한다


ㅡ내가 지금까지 보낸 날은 5500원도 안되었던 것이 아닐까 ㅡ 


힘 없이 전원을 키고 ㅡ 카드의 번호를 누른다 ㅡ17번

 
정답표를 띄우고 

ㅡ 네이버를 키고 , 검색 해 , 정답표를 띄우기 까지 마치 억겁의 시간이 지난 것같이 느껴졌건만 

또 첨지는 평생보다도 더 길 것 같은 채점을 해본다 


다섯개씩 정답외워 채점하던 평소의 패기는 온데간데 없고 ㅡ

하나씩 채점하기도 두려운 ㅡ 

정답을 보기가 두려운 첨지 자기의 초라한 시험지와 모니터 사이에서 힘없는 고갯짓만 할 뿐이다 ㅡ


억겁과 같은 채점이 다 끝나갈 무렵 ,


피시방엔 어둠과 함께 정적이 찾아온다 ㅡ












죽이기 전에 사장불러와 씨1발 피돌이 새1끼야 

씨1발 알바새1끼야 승급전 한타 이기고 나 혼자서 적 넥서스 터치고 있었다고 !!

개 씨1발 새1끼야 보스 아이템 루트 중이었는데 !!

끄아아아악 !!! 내 진명황의 보검 !!!






주변의 시끄러운 소란에도 불구하고 ㅡ 앉아 있는 첨지에게는 고요만이 ㅡ 

또 ㅡ 

첨지는 고요만 느낄 뿐이다



그때 , 누군가가 첨지의 어깨를 건드린다


누군가가 서있다


둘이다

실루엣이 마치 예수와 부처같다

기독교를 믿는 어머니와 불교를 믿는 아버지 사이에서 그렇게 시달린 탓에 환영이 보이는가 ㅡ


이윽고 그들이 말을 꺼낸다


"어휴  불쌍한 새1끼 그동안 헌금 받은게 있으니 이렇게 냅둘 수는 없고 "
"어휴  불쌍한 새1끼 그동안 시주 받은게 있으니 이렇게 냅둘 수는 없고 "



"한번만 기회를 준다"


"17일 전으로 , 돌아가라 


그리고 내 너를 위해 친히 주문을 걸어주마 

이 시험에서 폭삭 망해라 ㅡ 니가 이 순간부터 집중하지 못한다면 , 후회할 시간을 만든다면 
그렇게 된다면 철저하게 망해서 평생 비참한 삶을 살아가라

허나 니가 그러지 않는다면 , 그러지 않을 수 있다면 , 웃을 수 있는 , 기뻐 미칠 것 같은 미래를 얻어라" 




정답은 내 안에 있다 ,

세상의 수 많은 첨지는 깨달았다

정답은 내 안에 있다

지금 오르비 하면서 낄낄대는 건 정답이 아니다 


그래 , 답을 찾아가자 ㅡ


그래 그리고 이거 쓰는데 다 써놓고 지워져서 한번 더 쓴 불쌍한 페르세우스 새1끼한테 추천한번 박아주자

첨지는 , 세상의 수많은 첨지는 ㅡ 

다시 정답을 찾으러 간다 ㅡ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