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어린왕자 [376622] · MS 2011 · 쪽지

2014-06-07 17:51:25
조회수 9,553

국어의 기본_글을 이해하는 것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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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고등학교 국어를 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공부해야 수능 국어를 잘 할 수 있나요?’

‘왜 아무리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나요?’

였습니다. 조금 다른 질문인 듯해도 대부분 학생들이 가진 문제가 같아서 우선 먼저 노력하도록 이야기해 준 것은 하나였습니다. 제 아이를 가르치다가 울컥 하고 아쉽고 안타까움이 떠올라 글을 올립니다. 모임을 가졌을 때도 가장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글을 이해하지 못하고 읽는다’. 이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시려면 ‘이해’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아래 글을 학생인양 읽어보시면 좋겠지만 바로 설명을 시작하겠습니다.

 

1.초기 사회학이 능동적인 인간관을 견지했다면, 그 이후의 사회학은 구조주의로 흐르면서 수동적인 인간관을 견지하게 된다. 2.사람은 구조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수동적 존재인가 아니면 자율 의지에 의해서 그것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는 능동적인 존재인가. 3.그 끝없는 논쟁 속에서 수동적인 인간관을 강조한 대표적인 입장이 구조주의이이다. 4.이는 인간은 오로지 그가 처한 사회 구조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결정된다는 관점이다. 5.중세 사람들에게 있어서 ‘신’의 존재가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었듯이, 그들에게 인간 사회와 관련된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사회구조’인 것이다. 6.기능론과 갈등론은 모두 이러한 구조주의적 시각을 공유한다.

 

글이 무엇에 대해 말하는지를 파악하기를 빨리 할수록 글을 더 정교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문장1을 보고 문장의 핵심을 파악하면 가장 빨리 글 전체를 이해하기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문장1의 핵심은 ‘수동적인 인간관'을 견지했다’는 것입니다. 문법적으로도 문장 나머지 부분이 이 마지막 부분의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주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뻔한 것이....글을 읽는 급한 상황에서는 잘 되지 않아서 학생들은 문장1을 읽은 후에 ‘수동적 인간관’이라는 것을 마음에 각인시키지 않습니다. 물론 마음에 담기는 합니다. 그래서 문장2-3을 읽으면서 ‘구조주의’라는 명칭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물론 구조주의가 새로 등장했지만 문장1에서 ‘구조주의로 흐르면서 수동적인 인간관’이라는 것을 잘 보았더라면 구조주의=수동적 인간관으로 각인을 시켜서 구조주의를 생각할 때마다 수동적인 인간관이 따라오겠지만 단지 구조주의만 떠오르면 문제가 생깁니다. 게다가 문장 5-6에서 마지막으로 ‘구조주의적 시각’으로 끝을 맺는데, 구조주의=수동적 인간관을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은 구조주의적 ‘시각’을 보면서 수동적 인간관을 마음에 상기하지만 단지 구조주의만 마음에 남아있는 사람은 문장6을 보면서, 서두 읽기를 끝내며 ‘아하 이 글은 구조주의에 관한 글이구나’라고 생각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그럼 다음 단락부터 읽을 때에는 수동적 인간관은 이미 안드로메다에 있고 구조주의만 손에 들고 구조주의에 대한 설명을 찾게 됩니다. 왜냐하면 마음속에 있는 것에 잘 붙는(관련된) 내용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후의 내용은 구조주의와의 관련성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글이 구분되어 있는 것으로 여기고 두 내용을 개별적으로 기억하려 합니다. 결국은 머리속에 담을 내용이 많아져서 기억을 못하게 됩니다. 


다음 단락의 시작은 ‘기능론...’입니다. 기능론에 대한 이야기가 대여섯 줄 나오는데, 언어심리학자들이 원래 이야기하던 바와 무관해 보이는 내용을 일부러 넣어서 실험을 해본 상황과 유사합니다. 글을 잘 이해하는 사람일수록 이와 같은 내용이 길어도 원래 말하려던 바를 마음속에 잘 간직하고 있는 반면 글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런 내용무관한 내용이 짧아도 글이 말하려는 바를 까맣게 잊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유로 글을 잘 이해하거나 못한다고 판단을 합니다.

 

기능론자들은....

(중략)

7.사회에도 두 가지 차원의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8.거시적 차원에서의 사회 문제의 원인은 다시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사회 통제 기능의 미비와 합법적 목표 달성 수단의 부재가 그것이다. 9.좋은 행위에 대한 보상과 나쁜 행위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사회 통제 기능이며, 그것이 실패할 때 개인들은 사회화를 수용하지 못하게 되고, 이에 따라 사회적 균형이 깨어진다고 본다. 10.또한 불합리한 사회 제도 등에 의해서 합법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할 경우에도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다.

 

다시 수동적 인간관이라는 표현이 등장해주면 고맙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문장9에 도달하면 그제서야 관련 내용이 나오는데, 머릿속에 자동적으로 ‘수동적 인간관’이 들어있다면(잘 읽는 사람) 또는 그렇게 읽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면(잘 읽는 연습을 올바르게 하는 사람) 이 내용을 보고 수동적 인간관과 관계가 있구나하는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사회가 보상-처벌로 통제한다, (문장10에서) 사회가 목표를 달성하도록 제도로 기회를 제공한다는 내용 등을 볼 때 인간을 수동적인 존재로, 사회를 능동적 존재로 보고 있다고 해석을 하면 이 글을 성공적으로 이해한 것이 됩니다. 그래야만 글을 다 읽고 문제를 풀 때 기능론이 어떤 점에서 구조주의와 같은 수동적 인간관을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학생들이 이렇게 읽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렇게 읽는 과정의 심리적인 측면을 몰라서(저처럼 심리적인 용어를 쓰지 않아도 설명하고 연습을 시킬 수 있습니다만) 성적을 올리지 못합니다.-1등급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학에 가서도 독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오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이런 공부는 사실은 중학교 때부터 서서히 배워나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국어 교과과정에도 비록 직접적으로 잘 설명하지는 못하더라도 이렇게 읽도록 유도하는 내용이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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