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찬우 [677168]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21-12-01 2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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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의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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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FLIX, 지옥(연상호作, 2021)


 먼저 천사가 나타나서 예언을 합니다. 먼저 예언을 듣는 수취인의 이름을 얘기하게 되어요. 누구누구 당신은 몇 날 며칠에 죽는다. 그리고 지옥에 간다. 그리고 그 시간이 되면, 그 예언은 지옥의 사자들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지옥의 사자들이 선보이는 죽음의 시연을 본 사람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갑작스러운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죠. 현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습니다. 그 중 가장 설득력 있는 의견을 내놓은 사람은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입니다. 지금껏 벌어진 현상들을 놓고 '무엇이 의도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그는, 이는 신의 계시이며, 신께서는 '인간은 더 정의로워야 한다'라는 의도로써, 그렇지 않은 죄인들에게 천사의 고지를 내리고, 죽음의 사자를 보낸다고 답을 내놓죠. 실제로 사람들은 죽음의 사자들로부터 끔찍한 시연을 당하지 않기 위해,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움직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정의'의 기준이 무엇이냐에 있습니다. 


 영화는 보편적인 의미에서의 '정의'를 넘어선, 새진리회에 의해 만들어진 교리를 정의라 간주하고 이를 숭배하고 맹신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정의 또는 정의의 기준이라 일컬어지는 교리'는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세계의 질서는 새진리회의 정의를 가장한 교리에 따라 재편되고, 호도된 이념에 따라 경도된 안정성을 획득해 가죠.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교리에 점점 더 길들여져 가고, 교리를 맹신하는 사람들(극 중 화살촉이라 일컫는 단체)은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무자비한 살육을 자행하고, 교리는 그러한 살육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활용됩니다. 죄를 지은 자, 정의를 행하지 않은 자들은 자신들의 죄를 고백하며 회개하고, 세상의 모든 선한 것, 정의로운 것들은 새진리회의 교리에 맞춰 해석되는 분위기가 조성되죠. 


 보편적인 정의가, 그 진정한 본질이 특정한 단체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교리에 의해 잠식되는 상황이 발생한 겁니다. 


 또 한번의 혼란은 영화의 후반부에서 나타납니다. 갓 태어난 신생아에게 천사의 고지가 내려온 것이 그것. 영화는 관객들을 상대로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이 '의도'인가?, 


 다시. 


무엇이 '진짜' 의도인가? 라고요.


 신생아에게 고지가 내려온 것은, 그간 살아오면서 지은 죄에 대해, 정의롭게 살지 않은 것에 대해 신이 천벌을 내린다는 새진리회의 교리에 맞지 않은 현상이었기 때문입니다. 

- 이제 막 태어난 아기가 죄를 지었을리는 없으니까요. 이는 연좌제, 원죄 의식 등을 부정해왔던 새진리회에게는 크나큰 반례인 것입니다.


 과연 신은 정말로, '인간은 정의로워야 한다'라는 의도로 천사의 고지와 죽음의 사자를 통한 시연을 인간들에게 집행한 것일까요. 아니면 이런 현상들이 그저 우리가 일상 속에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불행의 한 형태임에도, 개인과 집단의 이익에 맞춰 상황에 대한 이해가 왜곡되었던 것일까요. 


 의도가 무엇인가요, 진짜 본질은 무엇인가요?


 영화를 보고 나서 이런 저런 생각에 한동안 침묵에 잠겼던 기억이 납니다. 

 넷플릭스에 영화가 공개된 11월 19일 이후로요.


 영화를 보기 하루 전날, 이곳저곳에서 제 의견을 물어보는 질문들이 많았습니다. 수능이 변한 것인가. 이제는 기출의 시대는 가고 리트의 시대가 온 것인가. 출제자의 실수인가, 수험생들의 학력 저하인가, 배경지식과 EBS의 영향력이 증가한 것인가 등. 갑작스러운 이 상황의 원인을 찾는 숱한 질문들 속에서 저는 오늘 이 글을 쓰기 전까지 소이부답이라 응수했습니다. 


 이는 섣불리 입을 놀렸다가 워딩 선택을 잘못해서 여론의 뭇매를 맞을까 두려웠다기보다, 혼란스러운 이 상황에서 봐야할 진짜 '의도', 즉 본질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고민해보고, 정확하게 말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습니다.


 출제자와 학생들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된 인식과 그로 인해 들끓는 여론 앞에서, 기존에 걸어왔던 방향성에 비추어, 이번에 직면한 수능의 실상에 대한 이해, 앞으로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 등에 대해 면피용 발언도, 심찬우 개인의 이익을 위한 발언도 아닌, 정말 해야만 하는 말들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그 고민의 결과를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려고 합니다.



 제 생각이 무조건 옳다 주장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제 의견이 누군가에겐 새진리회의 교리처럼 왜곡된 정의로 치부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간 수능 국어의 본질적 접근이라는 무거운 타이틀을 내걸고 국어 강사의 길을 걸으며, 사람들이 '듣고 싶은 달콤한 이야기'가 아닌, 힘들고 고되겠지만 제 소신껏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쉬운 이야기가 아닌 어려운 이야기들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단과 강사는 명확한 수험 철학과 일관된 노선으로 수험생들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수많은 고객들을 설득해야하는 사람입니다. 말 많았던 19학년도 수능 이후, 그래도 '수능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를 지난 2년의 과정으로 증명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러하다고 자부하고, 또 설득해내겠습니다.



 많은 의견들이 있겠지만,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일관된 메시지에 주목해서 시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든 뒤에야 날아오른다




[https://youtu.be/xYOq5FT_WIc]






인간과 세계에 대한 폭 넓고 깊은 이해


국어강사 심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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