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과 관련해 읽어보면 좋은 글
게임의 '프레임' 재구성, 모든 문제의 시작은 '문화'였다
1990년대 말, 어떤 '사회악'이 전면에 떠올랐다. 몇 남지 않은 청소년들의 즐길 거리였다.
각종 매체에서 보여주는 그것의 선정성과 폭력성은 심각한 것처럼 보였다. 정부는 잔혹한 청소년 범죄가 급증한 원인이 불건전한 만화에 영향을 받아서라고 결론지었다. 결국 청소년보호법이라는 이름으로 업계 관계자들이 입건되기 시작했다. 국산만화 잡지는 전멸했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행복해지지 않았다.
15년 정도가 흘렀다. 또다른 '사회악'이 떠올랐다. 몇 남지 않은 청소년들의 즐길 거리다.
각종 매체에서 보여주는 그것의 중독성과 폭력성은 심각한 것처럼 보인다. 정부는 잔혹한 청소년 범죄가 급증한 원인이 중독성 심한 게임에 영향을 받아서라고 결론짓고 있다. 결국 게임중독법이라는 이름으로 게임을 국가 관리 하에 두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게임이 전멸하면, 청소년들은 행복해질까?
게임산업이 제물로 바쳐지고 나면, 다음 공양물은 무엇이 될까. 지금 청소년들이 가장 위안을 찾는 콘텐츠는 게임과 웹툰이다. 아니나다를까, 주류 언론은 웹툰에 대해서도 조금씩 보도하기 시작하고 있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새로운 문화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나올 문화산업 역시 청소년 문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일방적으로 뒤집어쓰고 화형당할 것이다.
어떤 유해물보다도 소름끼치는 일이다.
1.
10년 전, 미국 정치계의 개념을 바꾼 책이 등장했다.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저자는 미국 민주당이 선거에서 패배하는 이유가 '프레임'이라고 분석했다. 이것은 '언어의 틀'을 뜻한다. '코끼리'는 미국 공화당을 상징하는 동물인 동시에, 그들이 선점하고 있는 커다란 틀을 상징한다. "코끼리를 생각하면 안 된다"는 외침을 듣는 순간, 오히려 머릿속에는 코끼리가 떠오르고 마는 것이 바로 언어적 전략이다.
"가장 최악의 대응은 그 공격을 반복하면서 방어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 공격을 반복하는 게 문제입니다. 상대방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그들을 돕게 됩니다. 프레임을 부인하려고 할수록 오히려 프레임을 활성화하게 되죠."
프레임을 재구성한다는 것은 대중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실패와 거짓말을 공격하고 진실을 드러내는 것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여론이 바뀌지 않는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TV 연설에 나타나 "저는 사기꾼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온 국민이 그를 사기꾼으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처럼. 대다수 여론은 진실이 아닌 언어와 이미지에 의해 움직이기 마련이다.
이 법칙은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이어진다. EBS는 2012년 10월 방송한 다큐프라임 '킹 메이커' 3부작에서 프레임에 관한 재미있는 실험을 공개한 적이 있다. KTX 민영화 논란을 주제로 두고, 전혀 다른 방식의 두 가지 질문으로 길거리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
그 결과 "KTX 일부 노선을 사기업에 매각하는 것에 찬성하십니까?" 라는 질문에서는 반대 의견이 17:100의 비율로 압도한 반면, "고속철도의 경쟁체제 도입에 찬성하십니까?" 라는 질문에서는 오히려 찬성 의견이 100:60으로 앞섰다. 똑같은 논제에서 정반대 여론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언어 프레임'의 힘이다.
"게임중독법에 반대한다", "게임은 중독 물질이 아니다"라고 크게 외친다고 해도 그것이 좋은 효과로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다. "그들의 언어와 그들의 프레임을 사용하여 그들의 주장에 대항한다면, 그들의 프레임만 더욱 굳게 다져주고 패배할 것이다"라고 조지 레이코프는 말한다. 이번 게임 법안 논쟁이 겹쳐지는 말이다. 결국 언어의 힘을 빌려야 하는 문제다.
2.
이 글에서는 게임 중독 이론이 왜 근거가 없는지, 게임보다 심한 폐해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게임 규제로 어떤 타격을 받게 되는지... 등의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 한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지금까지 수십 곳에서 나왔고, 앞으로도 수백 가지가 쏟아질 것이다. 대부분 합당한 내용일 것이고, 많은 공감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신 문화를 바라보는 잘못된 프레임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나오지 않았다. 이것은 절실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 게임산업은 프레임에 짓눌려 있다. 처음에는 만화 산업을 옥죄던 폭력성, 선정성이라는 테마가 옮겨온 모양새였다. 거기에 추가된 것이 '중독'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게임을 마약, 알코올, 도박과 함께 4대 중독에 포함시켜 발언했고, 손인춘 의원이 발의한 게임사 매출 강제징수 법안도 국회에서 대기 중이다. 최근에는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4대중독법'의 게임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공청회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런 틀은 사회적 문제를 외부로 돌리는 데 유용하게 사용되어 왔다. PC방 전원을 내려서 게이머들의 폭력성을 검증한다거나, 살인자의 하드디스크에서 FPS 게임이 발견되다는 이유로 폭력적인 게임에 영향을 받았다고 보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사실, 국민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다. 많은 표를 받아야 살아남는 것이 정치인이다.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명언은 본래 이 경우를 이야기하는 말이다. 투표에 적극적인 유권자 중에서는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국민이 다수다. 이것은 현실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 전체 여론을 환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논리가 맞지 않는 법안과 주장을 조롱하는 일은 쉽다. 하지만 그런 조롱은 게임에 관심이 없는 다수 국민들에게 닿지 않는다. 지금 사회 분위기상, 게임의 다른 이미지를 폭넓게 알리지 못하면 여론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주류 언론이 게임 산업의 밝은 면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점도 큰 장애물이다.
6일 진행된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는 게임에 대해 조금만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황당했던 경우다.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리그오브레전드(LoL)'가 5:5 단체 게임이기 때문에 과몰입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인들이 진행하는 수많은 팀 플레이를 생각했을 때 힘들여 반박할 필요도 없는 비논리다. 팬아트 같은 2차 장작물을 창작자의 서명까지 지우고 가져와 게임 자체에 폭력성과 선정성이 만연한 것처럼 호도하기도 했다. 여야를 떠나 게임에 대한 몰이해가 심각한 수준임에 더해, 고의로 정치적 왜곡을 시도하고 있는 것.
일단 게임이 한 번이라도 '중독물'로 규정된다면, 정부가 직접 게임계 관리에 나설 명분을 얻게 된다. 이 경우 각종 이권이 개입할 가능성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진짜 중독자 치료 방안을 고민하지 않은 중독법이다.
게임중독법은 '게임중독 치료'가 아니다. '문화 콘텐츠 탄압'이다.
3.
게임을 이야기하는 스테이지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문화적 과몰입' 현상에 대한 이야기다.
게임 중독이 아닌 과몰입이다. 이것은 현대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문화 분야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아이돌 그룹에 빠져 그 뒤를 쫓아다니기 위해 가출까지 저지른 소녀의 예를 두고 음악 산업이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온종일 해외 드라마 몇 시즌을 한꺼번에 시청하는 사람들이 다수 생겼다고 해도 그 방송사나 드라마 제작사에 책임을 묻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은 문화와 예술 산업에 공식적으로 편입시킨 후 담론을 이끌어나가야 한다. '문화적 과몰입'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문화의 형태는 대부분의 경우 사회 현실을 반영한다. 그것 때문에 범죄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게임에 의한 정신적 폐해라는 것에 대해 어떤 연구도 증명된 것이 없다. 문화적 과몰입이 어떤 이유로 발생하는가를 살펴야 한다.
4대 중독법에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은 "게임을 마약, 알콜, 도박과 동일선상에 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곤 한다. 맞는 이야기다. 게임이 마약과 같은 문장에서 언급되는 것 자체가 지는 싸움이다.
게임중독법을 찬성하는 주장 중 일부는 "게임중독이 끼치는 악영향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라는 서두를 깔고 들어간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를 주장하다가 가장 앞에 붙는 '게임중독'이라는 주어를 놓치고 만다. 언어는 하나의 명사로 확립되는 순간 실제 존재하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생각의 틀, 프레임이다.
게임이 문화와 다른 그저 유흥 개념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리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간과하는 점이 있다. 모든 문화 장르의 시작은 '재미'뿐이었다. 그리고 태동기에는 보수적인 탄압을 받았다. 영상 미디어가 '바보상자'라고 불렸던 유명한 과거는 물론이고, 영화 역시 처음에는 저질 상업물로 분류되었다. 조금 더 과거로 거슬러가면, 심지어 소설마저도 천한 이야기라며 멸시받은 역사가 있다. 국내 문화 인식이 옛 시대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모 인터넷 방송에서 "영화에 인터렉티브를 가미한 예술이 바로 게임"이라고 언급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기획, 시나리오, 디자인, 그래픽, 연출, 음악 등 다양한 분야가 게임 안에서 어우러진다. 가벼운 오락물과 블록버스터급 대작이 주류를 이루고, 평단의 찬사를 받는 작품과 인디씬이 한켠에 존재하는 것도 영화와 비슷하다.
게임이 단순히 유흥에 그치는 오락거리였다면, 엘렌 페이지를 주연으로 모션 캡쳐 기술을 이용해 모든 드라마를 실사처럼 구현한 '비욘드 투 소울즈'같은 게임은 나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또 그야말로 예술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게임이라는 수단이 아니었다면 아예 구현이 불가능했을 '저니(Journey)'나 '더 스탠리 패러블(The Stanley Parable)' 같은 작품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가 걸작 온라인게임이라는 평을 받는 것도, 재미에 더해 새로운 스케일과 감동적인 시나리오가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문화적 과몰입'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현상을 건전하게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의문은 이것이 맞는지도 모른다.
1992년 미국 대선, 민주당 측에서는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을 전방에 내걸었다. 대중들이 암암리에 가지고 있던 '문제는 경제'라는 의식이 정곡을 찔렸고, '바보'라는 언어가 그 강렬함을 더했다. 결국 근소 열세를 뒤집은 빌 클린턴은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 뒤로 이 말은 여러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쓰였다. 이 경우에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게임중독'이라는 단어는, 사실 전혀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문제는 문화야, 바보야"
4.
고위 인사들이 버릇처럼 외치는 '선진국형 모델'을 둘러보자. 아이러니하게도 선진국일수록 게임 산업은 발전하고 있다. 물론 어느 나라든 게임이 폭력과 중독을 일으킨다고 말하는 계층은 존재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 비율이 현저히 다르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그들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서양에서 이루어지는 '친(親)게임'측 연구의 주제는 '게임은 폭력성을 띠지 않는다'가 아니다.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말한다. 'TV시청보다 게임을 즐기도록 하는 편이 좋다' 같은 말이다. '게임'을 긍정의 언어와 함께 배치하는 것이다.
-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대부분 행복하다. 반면 게임을 안 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감정과 우울증이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 (노스케롤라이나 주립대)
- "비디오 게임이 공간적 방향 결정, 기억 형성, 전략적 기획에 도움이 되며, 비디오 게임을 이용하여 특정 부분의 뇌 영역을 훈련할 수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 "게임을 즐기는 것을 통해 자존심이나 정신의 발달을 촉진하고 나아가서 신체적인 발달에도 효과를 줄 수 있다" (호주 퀸즈랜드 대학)
온 세상에 '게임은 중독 물질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 효과가 있을까. 단언하자면 없다. 게임에 긍정적이던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이전부터 부정적인 눈으로 본 사람이라면 심리적으로 와닿지 않을 것이다. 결국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국내 게임 기업에 묻고 싶다. 게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학적 연구를 얼마나 중요시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투자했는지. 또한 게임의 문화 예술적인 요소를 얼마나 끌어내려 노력했는지. 혹시 게임의 수익 모델 분석에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모든 문화 산업은 매출과 수익으로 발전하지만, 수익에만 신경 쓰는 문화 산업은 생명력을 길게 가지기 힘들다.
최근 가장 인상적이었던 발표 내용은 CJ E&M 넷마블이 진행한 '2013 미디어 소통 컨퍼런스'에서의 "부모가 게임 알면 자녀와 소통 늘어난다"였다. 가장 눈에 띈 사업은 엔씨소프트의 교육용 앱 개발과 '스토리헬퍼' 보급이었다. 몇몇 기업의 연구와 주장으로는 부족하다. 모든 게임계가 하나로 뭉쳐 자체 연구 기금을 마련하고, 기능성 게임과 교육용 게임에도 조금 더 투자를 기울인다면 혹시 조금씩이나마 더 나아질 수 있을까.
게임이 국내에서 젊은 일자리를 가장 많이 창출하고, 수출액도 압도적인 문화 콘텐츠라는 점을 일반인들은 거의 모른다. 사회 전반에 깔린 게임의 인식이 뿌리부터 바뀌기 전에는, 게임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인정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가운데 게임의 사행성 요소는 철저히 분리할 필요가 있다. 문화와 도박은 종이 한 장 차이다. 한국에서 시작된 온라인게임 수익 모델을 전세계에서 수용하게 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다 평가받는 캐쉬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게임업계는 단기적인 수익을 얻는 대신 억울하다 싶을 정도의 공격 역시 감내해야 할 것이다.
신의진 의원에게는 중독 물질은 중독 물질끼리 묶어 법안을 발의하고, 게임으로 대표되는 '문화적 과몰입' 현상에 대해서는 함께 모여 연구해볼 것을 요청하고 싶다. 사회과학과 신경정신학, 그리고 아동심리학 등 각종 지식이 만나 이 문제의 원인을 분석한다면 참으로 생산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5.
이 논의는 결국, '청소년의 여가 문화'라는 주제로 확대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온 국민의 여가 문화'가 될 것이다.
비단 게임업계를 위해서만이 아니다. 사회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서라도 언젠가 반드시 짚어봐야 하는 문제였다. 우리 사회는 최소한의 욕구 충족에 대해 제대로 담론을 가져본 적이 전혀 없었다. 삶의 여유가 없고, 문화 예술에 대한 교양이 실종되었다는 증거다. 문화, 예술, 인문학을 돌아볼 틈 없이 달려왔기에 생긴 일이다. 한국의 모든 지표가 선진국인데도 불구하고, 행복지수만 하위권을 기록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게임, 만화, 영화, 도서 등 각종 문화 산업 관계자들이 함께 연계되어야 한다. 지나친 경쟁 구도와 가족간의 소통 부재가 청소년뿐 아니라 온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지금 모습에서는, 게임뿐 아니라 어떤 문화도 건전하게 발전하기 힘들다. 이미 부모 세대부터가 자녀와 대화 한 번 나눠볼 시간도 없이 각박하게 살아가는 시대에서, 자녀가 게임을 하지 못하게 막는 일만으로 그들이 순식간에 순한 양이 될 수 있을까.
게임개발자연대는 지난 10월에 낸 성명에서 "청소년에게 집과 학원, 학교, 인터넷 공간, 어디에서든 벗어나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주자"고 주장한 적이 있다. 이런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진정 고민해야 할 생산적인 의제다. 청소년들이 다양한 놀이 문화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안하고 지원하는 것이 관계된 모든 이들이 가져야 할 역할이다.
사회는 청소년들에게 여유를 줄 의무가 있다. 올해 역시 수능이 끝난 후 가채점 결과에 비관해 자살한 여고생의 사연이 우리를 안타깝게 했다. 성적 압박에 시달린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을 막고, 게임 등 문화 산업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도 함께 막는 방법은 그것뿐이다.
이 싸움은 쉽지 않다. 그리고 길어질 것이다. 새로운 프레임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전달력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야 한다. 여론을 바꾸기 힘든 이유는 이런 입장을 세상에 알릴 창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방법을 고민할 때다. 진지하고 효과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6.
어휘를 바꿔보자. 게임인들이 진정 말하고 싶은 단어로 메시지를 던져보자. 그리고, 이 시대에 게임은 그럴 자격이 있다.
"여러분은, 우리 자녀들이 행복할 권리를 얼마나 존중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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