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제 푸념글이 너무 많아서 죄송합니다... 신세한탄 하는거 싫어하시는분은 그냥 읽지 마세요ㅜㅜ)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졸업을 하는 고3입니다.
갑자기 추워졌는데 다들 몸관리 잘하고 계시는지요.
첫 할말을 잇기가 힘드네요... 음... 일단 올해 수능을 날려버렸습니다. 이미 예정된 결과 였죠.
지금은 이 처참한 수능성적에 대한 좌절과 어떻게 갈피를 잡지못하고 많은 생각에 머리가 아프네요..
지금 돌아보니.. 제 고등학교 3년동안 한번도 공부를 미치도록 한 때가 없어서 너무 슬픕니다.
고등학교 입학한지 3년이 다되가네요.
중3때 나름 혼자 외고간다고 설쳤는데도 보란듯이 털썩 떨어져버리고 좌절한 마음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솔직히 외고 갈 실력은 절대절대 없었는데 그냥 혼자 난리 브루스한것같네요 ㅎㅎ
어쨌든 인문계 들어와서 중학교때 처럼 남녀 합반이 아니라 여자애들 앞에서 할 수 없었던 내 입담과 선생님과의 농담따먹기가 고1 반에서 잘 먹혀들여 갔는지 쉬는시간이면 친구들이 제 주위로 몰려왔고 친구도 많이 사귀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웃긴놈' 으로 애들한테 인식이 박혀갔고 이런 재미나는 하루하루가 너무 좋았고 학교가는게 너무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반친구 녀석이 권해줘 시작한 축구게임..
원래 스포츠하면 월드컵이나 올림픽 그리고 한화밖에 모르는 제가 이 축구세계와 게임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중학교때까지만해도 피시방 담배냄새가 너무 싫고 게임을 그렇게 열광할 정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피시방에 가면 2시간 하는것도 많이 한다고 생각했던 제가
고1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피시방에서 7시간을 하게됩니다.
주말이나 학교 쉬는날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피시방에가서 머리에 담배냄새가 진동할정도로 PC방에서 게임을하다 나오고 축구 동영상을 다운받아 매일 돌려보고 학교가서는 입으로 나불거리며 낄낄대고 공부한거는 내신시험 1주전에 부랴부랴 독서실잡아서 공부하고 이게 제 고1 때 일상이였습니다.
이렇게 허송세월을 보다가 고2가 됩니다. 수학은 어려우니까 문과로 갔습니다. 고2가 된 후 학교에 쫌 제가 재밌다는 사실이 번져서 인지 학기초도 너무 즐거웠습니다. 진짜 얼굴이 잘생긴것도 아니고 운동을 잘하는것도아니고 뭐하나 유별나게 잘하는게 없는 내가 이렇게 유명해지고 애들이 친해지고 싶어하는지 정말 신기했습니다. 그 입하나로 이렇게 할 수 있다는게 너무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소위 학교에서 잘 나가는애들(?) 과도 각별히 친해져서 난생 처음으로 친구 집에서 술도마셔보고 월드컵때(2010) 나가서 새벽까지 응원도 하다 들어오고 모든게 다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이 행복도 오래가지 않더군요. 고2 겨울이 다가오니까 모두들 공부한다고 야자를 하고 학원을 다니고 하는바람에 저도 그냥 친구따라 강남가듯... 남아서 난생 처음으로 밤 11시까지 야자도 하고(저의 학교는 야자 의무X) 학원도 다니고 했습니다. 하지만 주말이면 어김없이 친구를 만나서 PC방을 갔습니다.
이렇게 고2이의 끝맺음을 말해줌과 동시에 입시전쟁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려주는 겨울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겨울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마지막으로 놀자고 스키장을 3박인가를 갔다온 다음날 집근처 독서실을 잡았습니다.
우선순위 영단어를 사서 하루 40개씩 외우고 다들 푼다는 기출문제집도 샀습니다.
근데 개념이 잡히질 않아서 수학은 행렬에서 멈추고 언어는 한지문당 10분이 넘어가기 일쑤고(정확성도 낮음)
외국어는 단어만외우고 기출문제집에는 지문에있는 모르는 단어에 형광펜만 쳐져있고.. 무엇보다 혼자 독서실 공부하니까 유혹이 너무 많았습니다. 집도 가깝고 부모님도 일나가셨으니까 집가서 낮잠도 잘 수 있고 컴퓨터도 할 수 있고해서 집과 독서실을 들락날락거리면서 겉으로는 공부 속으로는 훌륭한 휴식이였습니다.
이렇게 행렬부분만 너덜너덜해진 기출문제집과 겨우겨우 해치운 우선순위 영단어집을 들고 고3에 들어왔습니다.
와서 보니까 저희 반은 공부 잘하는 애들이 많았습니다. 담임선생님도 너무 잘만난것같고 저만 바뀌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생활 처음으로 쇼크.. 정신적 충격이 오더군요. 대학들어가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래저래 공부를 시작하자고 한뒤 인강을 맛보기 없이 걍 소문듣고 질렀습니다. 다들있다는 PMP도 처음으로 사보고 인강도 처음으로 사봤습니다. 그리고 3~4월 까지 고등학교 들어와서 처음으로 쉬는시간에도 공부를하고 공부 때문에 잠도 늦게자고.. 나름 발버둥은 친것 같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게임은 물론이고 인강외에 컴퓨터는 쓰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10강정도 듣다가 눈썹이 없는 선생님강의는 너무 벅차고 나에게는 맞지않는다는 핑계, 3가지법과 하나의 믿음? 이건 개소리다 하는 핑계 등.... 어떻게든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핑계로 인강을 자주 갈아탔씁니다. 그리고 5월이 되니 슬슬 긴장토 풀리고 가족의 달이다 해서 쉬는날도 많다보니 자연스레 친구들과 또 노는시간이 조금씩 생겼습니다.
그리고...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많이 지쳐갔습니다.
6월 모의고사를 보니 4 4 4... 하지만 저는 이 성적표를 받고 '아 수능때는 나아지겠지' 라는 생각과 '솔직히 이거 찍어서 나온 점수인데도 이렇게 나오는거보면 더 잘받는다 진짜' 이 미련한 생각을 가지고 계속 공부를 설렁설렁했습니다.
(이제와서 보니 휴일이나 주말에 정말 혼자 5시간이상 제대로 공부해본적이 없는것 같네요.. 창피하네요.)
그리고 여름방학.
이때부터 끊었던 게임을 친구와 다시 시작했습니다. 말로는 오늘만하고 내일 또하면 '개'다 라고 해놓고 다음날도 pc방에 같이 앉아 있었습니다. 학교 보충끝나고 의무자습 끝나면 오후 5시.. 밥대충 짜장면 먹고 야자좀 하다 7시 30에 나와서 심할때는 12시까지 pc방에서 게임을 했습니다.
스탯이 올라가는 팀 스탯에 비해 제 공부하는 시간은 반비례적으로 쭉쭉 내려갔습니다.
메가스터디 현장강의 까지 들었던 제 여름방학계획 부제 : '여름방학 - 100일의 기적'은 물거품이 되어갔습니다
그리고 9월 모의고사.. 통계를 공부를 한번도 안하니까 등급이 4 5 3 이되었습니다. 외국어는 진짜 간신히 3등급에 턱걸이 되었습니다. 이점수를 보시고 담임선생님은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대도 않좋은 지방대밖에 못간다는 얘기를 부모님과 전화상담을 하셨고. 저는 집에서 쓰레기취급을 당했습니다.(제 주관적인 생각..)
추석때 학교 의무자습을 한다음에 일부로 집에 들어가기 싫어 친구와 PC방에서 게임하다가 헤어지고 혼자 공원에서 벤치앉아 그동안 놀았던 것을 후회하다가 가족들이 잘때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학교자습을 하지않고 독서실로 옮겼습니다.
담임선생님, 친구들, 부모님, 독일어 선생님 까지 극구 말렸지만 어차피 수능 2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하며 독서실을 신청했습니다. 이때 정승제 선생님을 만나서 미적분 진도를 다 나갔습니다 통계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할 때도 그저 마음속에서는 급한데 현실은 PMP에 시트콤을 넣어본다거나 침을 질질흘리며 잠도 많이 잤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수능.
수능 전날 그동안 놀았던게 너무 후회가되서 잠이 잘 오지않았습니다(새벽 2시에 잠들었던것으로 ...)
4시간 자고 일어났는데 심장이 쿵쾅쿵쾅 뜁니다. 옷 다갈아입고 혼자가려는데 아버지가 차키를 들고 나가신다음에 차를 태워주셨습니다. 너무 미안하더군요.
1교시 언어. 너무 어려웠습니다. 비문학 지문 2개를 다 찍었습니다.
2교시 수리. 문제는 다 풀 수 있을것 같은데 내가 푼답과 보기의 답이 틀리네요...
3교시 외국어 시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EBS 연계 됬다고는 하는데 EBS교재를 통 제대로 공부하지 않아서 이게 연계된건지 아닌건지 모르겠다 하다가 문제 5개를 찎었습니다.
4교시 사탐. 이때는 뭘 했는지 기억이 없네요
수능끝나고 ㄴ ㅏ름 찍지 않고 푼건 다맞았겠지 하고... 집에갔습니다.
부모님이 애썼다면서 한우를 사다가 구워주셨습니다.
밥먹는동안 한마디도 저는 안할걸로 기억합니다. 부모님도일부러 말하시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족들 다 잘때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채점을 시작합니다.
..... 이건... 9월 성적표.. 보다 더 좋지 않았습니다...
혼자 이불속에 들어가서 꺼이꺼이 소리내지 않고 숨죽여 울었습니다...
다음날 학교에서가서는 또 수능끝났다고 좋아라하면서 학교를 뛰어다녔습니다(참.. 제가보기에도 저는 감정기복이 심한것 같아요)
그리고 어제 정시상담할 때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저에게 담임선생님은 그저 웃어주시기만 하시더군요..
그리고 재수 이야기를 해봤는데 평소 친분이 있으셨던 교무실 선생님이 저같은 케이스는 재수를 안하는게 좋다네요..
제가 갱생하지 않으면 재수 98% 실패이고 또 재수를 성공한다고 해도 최상위권 대학은힘들다고 하십니다..
초등학교때부터 머리가 나쁜편이 아니라가 아니고 좋아서 수학경시대회에 나가면 상을 무조건 타오고 과학 영재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리고 항상 부모님이 상담하시러 가시면 그냥 하는소리였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들이 하나같이 고려대감이라고 했습니다(아오.. 제가 이 말 쓰는데 지웠다 썼다를 10번넘게 반복했네요...;;)
그리고 중학교때도 전교 8등 해보고...친척들도 공부 잘하는줄로만 알았던 제가.. 지금은 수도권인데 수도권같지 않은 대학도 간당간당.... 아니 지방대밖에 ㄱ ㅏ지못하는 놈이 됬네요..
몇일전에 적성시험본 대학 2개 떨어지고나서 쓸데없이 담배를 배우게되서 혼자 조용한 길거리에 앉아서 담배나뻐끔뻐끔피면서 멍때리다가 친구만나서 하소연하고 돌아다니다가 카페가서 영어단어 몇개 끄적이다가 집오네요..
학교도 할거없다고 나오지 말라하고 가끔씩 나가도 등교하고서 집갈 때 환승하고 집갈 수 있을정도로 빨리 끝내주고 진짜 할건 없고 .. 그리고 그 좋아하는축구게임도 예전처럼 신나지도 않고..
너무 쓰레기 같은 인생같습니다.
누가 그럽디다...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근데 지금으로서는 대학이 인생이 전부 같아요. 대학이 아니면 앞으로의 미래가 깜깜하게 보이기 때문이니까요.
주변 애들한테는 재수쪽으로 맘 정했다고하지만 이건 재수 하려는 사람의 모습이 아닌것같습니다.
제가봐도 저같은놈은 갱생이 안될것 같고... 에휴... 여기다 저처럼 되지말라고 실패기하나 적어놓으려고했는데
그냥 하소연으로 써졌네요.. 글 지우고 가서 잠자고 싶은데 1시간동안 쓴게 아까워.. 그냥 계속 쓸께요..
게시판과 크게 취지가 맞지 않은점.. 너무 죄송합니다.. 정말..
재수는 다시 생각해보려고 있지만 수도권 외곽 대학이나 전문대간다해도 MT간다 OT간다하면서 술까마시고 여자만나고 하면서 부모님 더 고생시킬것같아 정말 재수를 해야겠는데 어떻게 해야 갱생이 되는지.. 진짜 하루종일 나란놈은 뭐냐 하는 생각만 맨날 듭니다.
아.. 진짜 쓸데없는말만 길어졌네요..
고등학교 재학중이시거나 고등학교 입학하시는분들... 절때 저처럼 겉으로 공부하려고 애쓰지마세요.
남들 공부 다해서 나도 한다 이렇게 하시면 벌써 틀린겁니다. 그리고 공부 한다고 말만하고, 하지않고 저처럼 저렇게 놀아 재낄꺼면 차라리 놀시간에 아르바이트 같은거라도 하세요. 돈이라도 벌란 말입니다. 그렇게 돈쓰며 놀거면.
그리고 게임은 혼자 자제력이 없으신분은 진짜 손 대지 마세요. 자신에게 속지마세요. 저는 위에서 썼듯이 중학교때까지 게임에 중독되어 본적이 없어서 괜찮다 하면서 나 자신한테 속고 게임하다가 게임때문에 학창시절을 날려버렸습니다.
제가 해드릴 조언은 이것 둘밖에 없는것 같아요. 워낙 공부를 안해서..
일단 일주일동안 다시 생각해보다가 확실히 다시 결정하고 재수한다면 확실히 다짐하고 공부하려고요..
진짜 여기까지 제 푸념 읽어주셨다면 정말 감사드리구요..
추우신데 몸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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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제가왤만하면 로그인안하는데 저랑 비슷한케이스여가지고 말씀드립니다 저역시 반에서 님과같은존재엿고 그게폼나는건줄알고 놀다가 2학년때어떤계기로공부에마먹고 해서 2학년초기 555중기4-4-4 3학년 때 수직상승해 수능때 이과 12212맞고 한양공대합격하고 지방수의대 합격했었습니다 님도 할수있습니다 님을 믿으세요 나는 내의지대로된다를수도없이 외치면서 이글보는즉시 하루18시간 공부하시면 못갈데없습니다 웅녀가 수백일참고인간이 된듯 님도330일참고 멋진사람이 되었으면좋겟습니다 님은 님의지대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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