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절대평가제는 미친 제도다(긴글주의)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부터 꾸준히 교육정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이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개편안의 핵심 주제는 다름아닌 수능절대평가제의 도입입니다. 수능절대평가제의 주된 내용은 수능의 과목들을 일원화하고, 그 모든 과목들에 대해서 현재 영어와 한국사와 같은 절대평가 방식을 채택하겠다는 것입니다.
과연 이 제도의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간단합니다. 그리고 아마 여러분도 쉬이 짐작하실 수 있는 결론입니다. 수능절대평가제는 결과적으로 사교육 시장을 위축시키기는 커녕 확대, 그것도 지금보다 훨씬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확대시킬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소득 계층간 교육기회의 격차를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킬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절대평가제 실시 직후를 기점으로 다시는 한국 사회의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습니다.
수능이 절대평가 방식으로 시행된다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시 전형의 형태도 많이 변하겠죠. 그리고 그런 제도하에서 결국 일정한 점수대를 수능으로 따놓으면 중요하게 되는 것은 면접, 자기소개서,논술 같이 대학의 주관이 들어가는 지표들입니다. 결국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수능과 내신 이외에도 이것들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그러면 과연 돈많고 배경되는 학부모들 중 몇 명이나 '면접이나 자기소개서는 사교육으로 대비가 안되니 우리 아이 스스로의 역량을 믿어보자^^'라는 순진한 생각을 할까요?? 다들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면접, 자소서, 논술 관련 모든 학원과 강사, 자료들을 찾으려고 혈안이 될 겁니다. 그리고 그 수요에 부응하여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사교육 시장은 결국 지금보다 위축되기는 커녕, 훨씬 기형적인 구조로 그 형태를 바꿀 뿐입니다.
강남에서 명문대 입학사정관 출신 강사가 학생들에게 일대일로 면접과 자기소개서를 첨삭해주고 비교과 활동을 컨설팅 해줄 때, 지방에서는 비전공자(그것을 가르치려면 과연 무엇을 전공해야 하는지 조차 감이 오지 않습니다.)들이 대충 배운 글빨로 아이들에게 무책임하게 자소서 밑에 몇 줄 적어주고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성입니까?
우리나라 입시 정책의 만성적인 문제가 여기서 다시 드러납니다. 우리나라 입시 역사가 진행됨에 따라 교육 현장에서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수시와, 일원화되어 객관적으로 학생의 수학능력을 판단하는 정시가 자웅을 겨루고 있었죠. 경제학에서 자유주의와 케인즈주의가 그랬듯이, 행정학에서 엽관제와 실적제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유독 교육정책에서만 상충하는 두 제도를 타협과 절충으로 개선하지 않고, 문제시 되는 시스템에 대해 항상 '죽이기'에 들어가곤 했습니다. 참여정부 때 수능등급제가 그러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학생들이 '수능식 사고방식'에 갇혀 산다고 해서 수능을 죽이자? 면접과 자소서, 심지어 논술도 그것으로 학생을 선발하려면 정답을 만들어야 하고, 학생이 그 정답을 맞추려면 결국 그 사고방식을 내면화해야 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사고가 경직되는 것을 본질적으로 막을 수 없습니다.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달라지는 것은 기회의 평등이 박탈된다는 점, 단 하나입니다.
교육은, 특히 입시는 사회의 때가 묻지 않은 인재들이 처음으로 자신의 실력과 재능을 입증하는 기회의 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적이고 완벽주의적이어야 하는 점은 이해하나, 그렇다고 해서 실효적으로 기능하는 제도를 무리하여 수정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성급히 칼을 댄다면 그 취지보다 훨씬 더 많은 피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수능을 당장 절대평가화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발상이고, 잠정적으로 더욱 시간을 두어 생각할 문제입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화학 쪽으로 쓰고 있는데 괜찮을 까요? 천연 지시약 관련해서 심화탐구 한거 쓰려하는데 괜찮나요?
-
어떰? 대성듣는다하면 방인혁 대신 들어볼만 한가
-
급함.
-
육군 군수 인강 2
요새 육군도 공부 할 수 있다고 하던데 인강 패스 끊을까요 아니면 냥 독학서가 나을까요
-
정모 요약짤 5
-
모든 의대생들이ㅠ그런건 아닙니다 .....
-
미성년자는 빠지고
-
어디가 나아요 선배님들. . . 올수망했는데 그래도 괜찮은 인서울대학에서 전자공학...
-
옯붕이들 인싸력을 감당할 수 있으려나(사실 모름)
-
내기하자 난 안함 ㅎㅎ 심판해드림
-
삥빵삥뽕뿡 1
진핟사 보기 시러~ 구.차나~
-
메타를 주도하는 질서 그것을 거역할 수 없어
-
못생겼기 때문
-
아마 수능판처럼 몇년 굴러야 괜찮아질거 같음 영 시원찮네 수능문제 대충 고쳐서 재탕 느낌도 좀 나고
-
지금 사고난거 0
유언 해야하나.. 어떤 심정인지 그 안에서 무슨 생각을 하셨을지 어떤 후회를 하시고...
-
메디컬정시는 잘 모르는데 건국대수의대는 어느정도인가요?
-
[칼럼] 기출 분석이란 이런 것이다 [3] - 맥락으로 어휘 추론 15
안녕하세요, 수능 국어를 가르치는 적완입니다. 오늘은 2023학년도 6월 인문...
-
여기 존잘남 ㅈㄴ많잖아
-
정모 장소 앞에서 젖지가 대기중 오르비 로그인을 시켜보고 닉이 맞는지 체크한다 이때...
-
삼수생들은 2
부모님 허락 이미 받음?? 나 오늘 성적표 보여주고 말하려는데 용기가 안 남.....
-
1등급은 ㅈㄴ 고이고 나머지는 텅텅 빈 저스트 라잌 투과목
-
정모 가자! 3
흐흐 기대되는구만
-
고학력자들의 모임 현실 틀딱들 집합소
-
초월적 존재로서의 원인은 진성난수를 만들수 있다 그것이 "초월적 존재"라고 불리우는 이유다
-
시발점 듣고있고 평백까진 잘 풀려요 앞으로 시발점-한완기-쎈-수분감 3모 전까지...
-
관리자 사칭해서 남르비 꼬셔야겠다 응응
-
아 진짜 대학 찾기 겁나 귀찮네 하기시러
-
또 정모얘기 나오는거 보니까 신기하네
-
우리 엄마가 친구 말듣고 내이름 으로 보험 가입함 20년납 100세만기에 암보험이나...
-
고려서울성균 1
레쭈고! 내년엔 경희대 쓸수있길 바라며...
-
아 1번 선수 15번까지 단 7분 걸렸습니다~ 2번 선수는 22번을 3줄컷...
-
미래를 대비해서 공부하는 중인데 당장 몇 시간 뒤 어찌될지도 모르고 순간 최선을...
-
20대중반인 제가 지금 고민중인데요 수능봐서 한의대갈지 세무사 시험준비할지...
-
20문제 찍음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어제 토익 공부한다고 했다가 진학사 보느라 공부...
-
인증메타 봐서 모르겟냐 존잘 존예나 인싸밖에 없음뇨 ㅋㅋㅋㅋ
-
정모 시나ㄹ리오 예상 14
다같이 모여가지구 노는데 나는 몬낌 우물 쭈물하다가 누가 닉넴 물어봄 달리기...
-
무료 분양 시켜드림
-
정모메타 뭐지 0
나도갈래
-
닉값 제대로 하노 저거 컨셉이냐?
-
ㄷㄷ
-
피규어나 아크릴 스탠드 가져가면 뺏기나용...??
-
내 세계관 8
다른차원의 초월적 존재가 우리차원의 제1원인으로서 진성난수를 발생시킴 그 결과...
-
번외로 적백이햄들 타임어택 대결은 ㄹㅇ 군침이 도네 11
서바급 난이도로 40분대 기록 나오나?
-
개좋다
ㅇㅇ 불공정함이 더 커지는 입시정책은 반대입니다
22
근데 정부는 바꿀생각이 없는게 문제.
취지는 좋음
근데 솔직히 수능 변화해야 하긴함... 난이도가 너무올라가서 조만간 펑 하고 터질위기였음
수능 그 내용 자체의 변혁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평가지표로서 수능의 영향력이 위협받는다는 점에서, 수능절대평가화가 그 해답으로 적절할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네요...ㅎㅎ
교육이 평등에 기여할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왜 교육을 통해 개천에서 용이 나야만 하는지 견해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교육이 평등에 기여할 이유를 물어보신다면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교육'정책'이 평등에 기여할 이유를 물어보신다면 드릴 말씀이 많겠네요. 우리 사회에서 대학들의 이름은 분명히 개인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지표의 분배가 개인의 능력보다 부모의 능력에 더 크게 좌우된다면 그것은 엄연한 부정의이죠. 이것은 비단 교육정책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인사정책도 마찬가지이죠. 경제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정책은 만인의 평등이라는 헌법 이념 위에 세워져야 합니다. 그러므로 교육이 국정 운영에 있어 정책적인 측면으로 기능하는 한, 그것은 반드시 계층 간의 평등을 고려하여 움직여야 합니다. 그 이유는 그것이 교육인 동시에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합리적 시민이 국민 간의 평등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에 찬성하겠습니까?
둘째 질문에 대해서 답하자면, 특채 등의 인사정책으로 지방 저소득층을 직접 등용하는 방법도 가능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교육을 통해 개천에서 용이 나야만 할 이유를 저에게 물으신다면,이 또한 제가 드릴 수 있는 답변은 '딱히 그럴 필요는 없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교육으로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사과를 먹을 필요가 없다고 해서 당장 손에 갖고 있는 사과를 뺏길 이유는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