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407 교직일기) 교과전담 한달 후기
지난편에서 썼던 내용과 같이 지난해 3월 군입대 후 우울 증상 악화로 작년 10월말 조기전역을 하고 학교로 돌아오게 되었다. 바로 학교 출근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하여 12월말까지 그해 가능한 병가 60일을 전부 썼고, 크리스마스 이후 남은 한주는 지난해 연가와 이번해 연가 2일 끌어쓰기로 때웠다.
그리고 올해 설 전까지 40여일간 병가를 더 내고 설 이후 2월 중순부터 드디어 학교 출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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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전역하고 나서 병가쓰고 집에 머물던 시간조차도 참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군대에서 우울할때 찾아본 ㅈㅅ방법과 몇번의 ㅈㅎ가 전역하고나서도 그 느낌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고 큰 충동으로 다가왔다. 그럴때마다 정신과에서 받은 비상약 먹고 한숨 자는거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충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졌지만 처음 3개월은 매우 강하게 남아있었고 지난해 12월 중순 1박 2일간 친구만나러 타지역에 가서도 친구한테 이런 충동들이 지속돼서 너무 힘들다.. 오래 못살고 그거 해버릴것만 같다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깨어있을때 이런 생각을 자주하다 보니 꿈에서도 이런 꿈들이 자주 등장했다.
지금도 증상이 사라진건 아니지만 초기에 비하면 많이 옅어졌다. 그래도 군대 가기 전에는 실행력은 사실상 없었는데 실행력이 많이 올라와버려 군입대 자체로 인한 큰 위기에 펴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안 갈 수 있었던 군대를 간 것에 자꾸만 후회와 원망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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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 말, 교감선생님으로 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체육 교과 전담을 내년(2024)에 맡아줄 수 있냐는 전화였다. 그 제안을 듣고 선뜻 결정할 수가 없어 일단 생각해보겠다고 하였고 일주일 뒤에 집 계약 문제때문에 학교 근처에 가야될 거 같으니 일주일 뒤에 학교가서 학년 업무 희망서를 쓰겠다고 하고 말았다. 크리스마스를 낀 일주일동안 정말 많은 고민을 하였던 것 같다. 나 자신이 운동을그닥 좋아하지 않으니 아이들 지도하기도 힘들 것 같고, 그렇다고 담임을 맡는다고 하자니 모두가 기피하는 특정 학생이 있는 5학년 담임을 줄 것 같고 참 어려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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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체육 교과전담을 하기로 의사를 밝혔다. 그 이유를 얘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1. 현재 먹는 약 때문에 살이 많이 찌고있다. 먹는 약이 단순히 벤조계열이랑 SSRI 항우울제만 있는게 아니라 주 치료제가 양극성장애(조울증)에 쓰는 기분조절제 종류이고 살이 굉장히 많이 찌는 약들이다.
군대에 있을 시절 내려진 진단은 중증 우울증 + 양극성장애 의증이었고 밖에 나와서 내려진 진단은 양극성 2형이다. 아마 지난번 일기에 썼던 불안 분노 수면욕 식욕 감소 및 미친듯한 감정기복 등의 증상이 진단이 내려진 주 이유인 것 같다.
그래서 약을 먹고있고 살이 찌고 있으므로 강제로라도 운동을 하게 된다면 그런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퇴근하고나서 운동을 따로하기에는 체력이 너무 부족해서(담임을 맡는다는 가정하에) 안하게되니 결국 체육전담이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했을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2. 내가 체육을 못함으로써 생기는 문제는 잘하는 학생이 도우미 역할을 하는 동료교수법이나 시범학생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었다. 지시만 명확히 내려주고 기능은 학생들끼리 익히게 한다면 지도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3. 주변 선생님들의 조언이 있었다. 재작년(2022)에 6학년 같이했던 동학년 선생님들께서도 복직 직후에 고학년 하는건 무리라고 하셨고 전담할 수 있으면 전담 하는게 최선이라고 하셨다.
4. 그것이 알고싶다 서이초편 - 2023.12.23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 서이초편을 보니 담임 맡을때 겪었던 학생 및 학부모 문제가 떠올라 일단 지금 상황이 위태로우니(ㅈㅅ 및 ㅈㅎ충동 지속됨) 담임을 바로 맡는건 위험할 수 있다고 느꼈다.
결국 이러한 이유들로 12월 마지막주, 체육전담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결국 체육전담 맡는걸로 확정되었다.
지난해 체육전담이 없어서 고학년 선생님들께서 담임체육을 하셨고 체육전담 요구를 하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결국 모든 사람이 서로 윈윈하는 길이라고 생각되어 체육전담을 맡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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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출근을 앞두고 있던 1월말, 한학기를 버틸 무언가가 필요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학기 내에 뭔가 큰 사고를 쳐버릴것만 같다는 생각이 자꾸 맴돌았다.
그래서 나는 여름방학 여행을 위한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다.
군대 훈련소에서 동기가 추천해준 스페인 포르투갈을 가기로 했고 1월부터 모로코를 낄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 한살이라도 젊을때 어디든 가봐야지' 하고 모로코를 끼기로 했고 여러 경우의 수로 비행기표를 검색해보니 카사블랑카 인(모로코 인) - 바르셀로나 아웃(두바이 경유 24시간)으로 128만원에 표가 있어서 바로 결제했다.
나는 현재 이거 하나 바라보며 이번 1학기를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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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얘기를 좀 더 하자면 2월 마지막주에 홍콩을 다녀왔다. 원래 지난해 가을에 군복무 도중 가려고 했으나 상황 변동으로 가지 못했고 2월 출근일 사이에 시간이 남을때 홍콩에 3박 5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물가는 다소 비쌌지만 음식은 매우 만족스러웠고 관광지도 나름 알차게 둘러보고 괜찮은 여행이었다.
오랜만에 한국을 벗어나보니 조금 숨통이 트인다는 것이 느껴지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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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말, 6월 재량휴업일 일정이 확정되었고 확정되자마자 일본 오사카 항공권을 결제했다. 일본은 아주 어릴때 가본거 말곤 안가봐서 기억이 잘 안나 사실상 초행이라고 봐도 될정도다. <홍콩 일본 모로코 포르투갈 스페인 두바이> 6개월 사이에 계획된/다녀온 여행 일정이다. 작년에 못간만큼 올해 많이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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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들어서고 아이들 수업을 본격적으로 맡게되었다. 초반에는 나름 아이들 파악을 해야돼서 여러 구기종목을 시켜보며 반별 성향이나 아이들 개별적 능력을 파악했고 4월들어서 교육과정대로 수업을 나가고 있다.
생각보다 교과전담을 하는데 있어 운동을 잘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앞서 말한 아이들 간에 서로 가르치고 배우도록 지도하는 능력이나 활동 설계하는 능력만 충분하면 교과전담으로써 1년 보내기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주위에서도 체육 처음맡아 보시는데 나름 지도 잘한다고 많이 칭찬해주고, 아이들 질서도 잘 잡아주신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군대 조교들한테 배워온거지만 나름 잘 써먹고 있다.. 말 안듣는애, 딴짓하는애 심한애들 본보기로 쪼기 등) 익숙함과 새로운 도전사이의 무언가지만 나름 적응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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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1주기가 이제 약 100일정도 남았다.
주변에서 민원들어오는 것을 보니 서이초 사건 이후에 바뀐건 단 하나도 없다.
여전히 자기 애 이야기만 듣고 선생님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학부모들, 전화 상담 중 선생님의 어휘(말꼬리)를 가지고 사과를 요구하며 물고 늘어지는 학부모들 등 재작년 작년 이맘때와 어찌 그리 똑같은지 모르겠다.
체육전담이지만 학부모 상담을 할뻔했다.
내용은 자기 아이가 원래 체육을 좋아했는데 선생님께서 통제를 너무 하셔서 아이가 힘들어한다는 내용이었다.
6학년 모 학급이었고 그 아이는 작년에 잠깐 5학년 담임을 할때 담임을 맡았던 아이였다.
활동을 멈추라고 할때 안멈추고 계속 공가지고 놀고, 잡담하고, 장난치는데 이걸 용인해주면 다른애들도 다 똑같은 태도로 수업에 임하고 결국 수업을 할 수가 없다.
6학년은 더더욱 통제가 안돼서 군대식으로 잡고 들어가줘야 1년을 무사히 보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안전사고의 위험도 생기고 계속 말 안듣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걸 듣고 어이가 없었고 결국 담임선생님과 상담하러 학교로 오셨고 담임선생님과 교감선생님께서도 체육시간에 그런 모습을 보이는데 그렇게(군대식으로 통제) 안하면 수업 자체가 안된다는걸 어필해 주셨다고 한다. 이 자리를 통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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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전담이지만 주위 담임선생님들께서 겪는 문제를 볼때 아직 교육 현장의 개선이 많이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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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올리신 글들을 읽어보면..교직이라는건 정말 고난의 연속이군요.. 학생과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연속, 그 과정에서의 스트레스가 느껴집니다.. 교대 재학생으로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되네요.
학생과 사소한 마찰, 학부모의 민원 이 두가지가 가장 힘든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