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과에 진학하시는 분들을 위해
다음은 제가 1년 전에 경영학과에 진학하시는 분들을 위해 쓴 글입니다. 글을 작성한 날짜를 확인해보니 2020년 2월 15일인데 아무래도 입시가 모두 끝난 후 올리다보니 많은 학생들이 오르비를 떠난 후에 올린 셈이 되었고, 지금 올리는 것이 금년에 경영학과에 진학할 학생들이 보다 많이 볼 것 같아서 다시 한번 올립니다. 굳이 수정하지 않고 작년에 올린 그대로 다시 한번 올립니다.
이제 2020 대입도 마무리가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대학입학을 위해 지난 1년간(혹은 수 년간) 밤잠 설치며 열심히 노력하신 여러분들께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먼저 사회생활을 했던 사람으로서 경영학을 전공으로 택한 분들을 위해 제 의견을 적을까 합니다.
저와 제 대학동창들, 그리고 조직에서의 현실을 바탕으로 하되 어디까지나 저의 주관적 의견에 불과하니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선배의 앞선 경험담으로서 그냥 이런 의견도 있구나 하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경영학은 흔히 '제왕학'이라고 합니다. 기업이든 국가든 조직을 이끌고 나갈 리더들에게 필요한 교육이기 때문이죠. 경영학에는 문이과를 막론하고 다양한 학문들이 융합됩니다. 심리학, 조직행동, 사회학, 경제학, 법학 뿐만 아니라 계량적 의사결정을 위해 수학, 통계학이 필요하고 게다가 산업공학 등 공학적인 지식과 학문적 연구성과가 원용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문과의 꽃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현실적 특성은 매우 유용한 학문이기도 합니다. 경영학은 기업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고 조직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필요한 학문입니다. 예를 들어 마케팅에서 소비자의 구매행동 분석 이론은 유권자의 투표선택에 그대로 원용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 대신에 유권자로, 시장분석 대신에 판세분석으로, 상품구매 대신에 투표결정 행위로 바꿔 적용하면 됩니다.
행정부에서도 경영학을 전공한 분들은 어떤 면에서는 행정학을 전공한 분보다 요즘 각광받는 비즈니스 마인드 측면에서 더욱 각광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의 재무장관들 중에는 유독 월스트리트에서 금융사 CEO를 했던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수많은 재무장관을 배출하기도 했습니다. 금융현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니까요.
이제 대학에 입학하면 자신의 구체적인 진로를 결정하고 이에 따른 준비를 해야 할텐데, 관심있는 몇가지에 대해 제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공인회계사(CPA)
특별히 다른 진로에 대한 준비로 여유가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공인회계사에 도전하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공인회계사가 전망으로서의 부침은 있지만 자본주의 경제의 파수꾼으로서 그 중요성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겁니다.
제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는 150명 전후로 선발했는데, SKY의 경우 30명 이상씩 합격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요즘에는 1000명 정도 선발하는데, 3년정도 몰입해서 하면 합격가능성이 매우 높지 않을까 합니다.
CPA 공부를 하면 그 과정에서 경영학 전반에 대해 공부를 충실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도 CPA 자격증을 가지고 로스쿨을 가서 변호사가 된다면 확실한 차별화가 되고 CPA인 판검사는 서울지역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말도 예전에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2. 행정고시(재경직 또는 일반행정직)
경영학 전공자도 경제학 전공자 못지 않게 행정고시에 많이 도전하고 합격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저의 대학시절에는 2차과목에 선택과목으로서 상법, 회계학 등도(선택자는 많지 않았지만) 있었고 경제학과나 경영학과나 준비에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제 대학동창과 비슷한 학번의 선후배들을 보면 현재 국장 이상 선에 도달했고 1급 실장이나 그 이상 정무직까지 승진한 사람도 있고, 퇴직해서 공기업 사장으로 취임한 사람도 있습니다.
연봉은 민간기업보다 떨어지지만(국장인 친구의 연봉이 부가급여분을 제외하면 좋은 민간기업의 과장급 밖에 안되더군요) 그리고 기껏 마련한 정책안이 국회 전화 하나로 무산되는 것을 겪으며 자괴감 어린 말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의 삶에 나름 보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경우 기업과 행정부 사이에 교류가 우리나라 이상으로 많습니다. 행정부에서 국가전체, 그리고 국제적인 분야까지 넓은 시야에서 일한 경험은 민간기업에서도 필요하니까요(로비를 위한 일회용 반창고 말고요)
3. 로스쿨
과거에는 사법시험이 아니면 법조계로 진입이 불가능했는데, 요즘에는 로스쿨이 생겨서 상경계열 학생들이 많이 진학하는 것 같습니다. 후배의 와이프가 SKY로스쿨 중 한 곳의 교수인데, 로스쿨에서는 경영학 전공자들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로펌들의 최대 고객이 기업인데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경영학 전공자, 그리고 기업에서 일한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당연히 선호된다고 합니다. 로스쿨 입학인원이 2000명인데, 가능하면 SKY로스쿨을 가면 좋겠지만 본인이 법조인으로서의 가치관이 뚜렷하다면 너무 SKY로스쿨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알기로 SKY로스쿨 들어가는 것은 아마 지금 메이저의대(수시 포함) 들어가는 것 만큼 어려울 겁니다.
4. MBA(혹은 경영학 박사)
기업이나 조직에서 3~5년정도 경력을 쌓으면 미국에서 MBA과정을 이수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20위권 이내의 MBA과정을 이수했는데, 정말 유용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과의 토론을 통해 시야도 넓어지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하버드, 스탠퍼드 MBA만 바라보지 마시고요(물론 갈 수 있다면 가셔야죠), 30위권, 아니 50위권도 괜챦습니다.
다만 컨설팅 쪽을 원하신다면 소위 Top10을 가시는게 좋고, IB를 원하신다면 그 학교의 프로그램이 IB를 지향한 곳을 가시는게 유리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곳의 MBA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이전의 경력을 바탕으로 IB로 갈 수 있습니다.(오래전 얘기지만 2년 선배가 골드만삭스 일본법인에서 근무) 참고로 금융회사쪽은 순혈주의가 강해서 MBA 입학전에 금융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없다면 MBA 졸업 후에 금융회사로 가기가 어렵습니다. 금융회사 경력이 없는 경우 기업에서 finance 부서에서 일했거나 관련된 부서인 accounting 부서(교수님께서는 strong background라고 하더군요)에서 일한 경력이라도 있어야 채용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소위 랭킹도 너무 절대적으로 보지 마시고, 예를 들어 UC Berkley가 UCLA보다 랭킹은 높지만 금융기관으로 진출하고자 한다면 UCLA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합니다.
세부전공을 선택할때 마케팅 쪽은 심리학 전공하신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경영학 박사과정을 갈 수 있으면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미국의 경우 경영학박사는 공급이 절대 부족합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경영학박사들의 first choice는 학계보다는 기업입니다. 다만 경영학 박사과정 진입은 매우 어렵습니다. 각 department(재무, 마케팅 등등)마다 매우 소수의 인원을 선발함에도 각국의 인재라는 사람들의 지원서 파일이 수백개씩 쌓여 있다고 합니다.
5. 학부 졸업 후 기업 진출
학부졸업 후 다른 준비없이 기업 진출하는 경우도 물론 많습니다. 기업에서는 무엇보다 일 열심히 잘하고, 주변 사람들과 융화되며 협조 잘하는 사람을 당연히 높게 평가합니다. 서울상대를 졸업했다고 특별 대우는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입사초기에 그 직원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학벌이 좋으면 아무래도 좋은 선입견을 가지고 봐주지만 연차가 흘러 개인별 일하는 실적과 평가가 축적되는데, 일을 잘 못하고 주변 사람들과 마찰이 심하면 당연히 도태가 될 수 있습니다. 아마 과장, 팀장 선에서(혹은 임원선에서도) 한번 더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직원때와는 달리 간부가 되었을 때부터 갑자기 능력발휘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관리자로서 기회를 부여했는데, 여전히 변함없이 부진하면 그냥 공부만 잘했던 사람으로 평가가 끝나고 승진과 보직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보면 기업에서 임원이상인 친구들은 똑똑한 친구들도 많지만 성격이 원만하고 조직생활 성실하게 잘하고 불평하지 않고 인내심이 강한 친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학창시절에 빠릿빠릿하게 공부에 몰입 잘했던 친구들은 행정고시 재경직이나 공인회계사 합격을 많이 했고요.
6. 기타
대학졸업 후 10년, 20년 지나고 보면 동창들 진로가 정말 다양합니다.
소설가도 있고, 영화감독도 있고 농장경영하는 사람도 있고, 개인이름 걸고 사모펀드 운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학입학해서 20대에 많은 책을 읽고 이를 통해 자기의 삶의 가치관이 생기면, 그래서 평생 추구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그 길을 걷는게 가장 행복할 것 같습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우리나라의 1인당GDP가 2,000불이었고, 카투사 복무 후 대학졸업 당시 7,000불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그래도 3만불을 넘었고 지금 대학에 입학하신 분들이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10년 후면, 정말 우리나라가 비상식적인 방향으로만 안 간다면, 5만불 넘는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가 될 것이고 4차산업으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낸다면 새로운 기회도 열리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7. 사족
이상은 제가 사회생활을 먼저한 사람으로서 큰 부담없이 글을 써보았습니다.
당연히 매우 주관적일 수 있으니, 흥미정도로만 읽어주셔도 제가 글을 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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